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여기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2∼3%대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잠재성장률마저 하락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경제가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진작·지정학적 위험 완화 효과
따라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구조에서 탈피해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하기 위해서는 외풍에 적게 영향 받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필요하다. 더욱이 경제와 안보가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두 축이라고 할 때, 남북경협 활성화가 바로 돌파구이고 해법이 아닌가 싶다.
남북경협 활성화는 우선 내수시장을 남북한 인구 7,500만명으로 확대시켜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제공하며 나아가 중국의 동북3성과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무역 확대를 가져다준다. 또한 고임금·고지가·고물류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 제고와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큰 보탬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은 중국·베트남 등 해외공단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을 상당수 유턴(U-turn)시켰다. 진출한 124개 기업 외에도 관련된 약 6,000~7,000개 하청기업들의 근로자 수도 1만5,000∼2만여명에 달한다.
경협 활성화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새로운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 남북경협 활성화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리스크로 작용해온 지정학적 환경이 오히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승화돼 섬나라 경제와 다름없는 한국 경제로 하여금 동북아 허브의 구상 실현을 보다 구체화할 것이다.
나아가 남북러 가스관과 동북아 교통·통신·전력 등의 인프라망 연결 같은 거대한 개발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과 경제발전 공간을 제공하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남북경협 활성화는 북한의 개혁개방과 남북한 주민들 간의 상호 이해 증진은 물론, 정부가 역점을 두는 평화통일 기반 조성과 통일비용 절감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경협은 남북관계 장기 경색 국면으로 인해 겨우 개성공단 1단계 사업만 진행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에 대한 인식 변화와 상호 신뢰 회복, 통일 경제적 시각의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남북경협을 통일비용 절감을 위한 '사전적 분산투자'라는 인식 아래, 정경분리와 민관분리 원칙의 유연한 접근 자세가 요구된다. 남북경협 활성화는 북한 변화에 대한 결과로 시행하는 게 아니라 변화를 위한 수단과 과정(process)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남북한 상호 신뢰 회복을 위해 남측이 취해야 할 조치로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라고 응답한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광복 70주년, 관계 개선 모멘텀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전국적 선거가 없는 올해를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더욱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종료되고 광주 유니버시아드(U) 대회에 북한의 참가가 예정돼 있는 만큼, 광복70주년 공동행사 추진을 위해 대화의 형식과 수준에 있어서도 다양하고 적극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영농철 비료가 필요한 시기를 맞아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 확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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