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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공급과잉의 역습

외국 관광객 증가 기대로 신축 확 늘렸는데 …

엔저에 일본 관광객 줄자 객실 남아돌아 수익성 뚝

숙박료 인하 등 출혈경쟁… 오피스 빌딩으로 전환도


A사가 서울 중구 장교동에서 지난해 10월 착공해 짓고 있는 지상 22층, 연면적 3만892㎡의 오피스빌딩은 당초 호텔 건립을 추진하던 건물이다. 최근 서울 도심에 호텔 공급이 급증하면서 수익률 저하가 우려된다고 판단, 용도를 오피스로 바꾼 것이다. 회사 측은 최근 한 자산운용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2016년 2월께 공사를 마치고 오피스빌딩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초 호텔로 사업허가를 받으려다가 수익성과 입지 등을 고려해 오피스빌딩으로 전환하게 됐다"며 "서울시내 호텔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 공급과잉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숙박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A사처럼 호텔 건립 계획을 포기하고 오피스빌딩 등으로 용도를 바꾸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대한 기대로 호텔 신축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자 시행사 및 금융권이 출구전략을 모색 중인 셈이다.

당장 금융권에서는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등 부실대출 차단에 나서고 있다. 최근 서울 강북권에서 기존 호텔을 인수한 B사의 경우 은행 측으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해 잔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은행 관계자는 "호텔 경영악화가 우려되다 보니 대출 심사가 엄격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전보다 호텔의 입지와 수익률 분석을 꼼꼼히 한 뒤 대출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객실을 가동 중인 호텔들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숙박료 인하가 잇따르는 분위기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B호텔의 경우 15만원이었던 일반실의 하루 숙박료를 13만원으로 낮췄고 C호텔 역시 13만원이던 숙박료를 10만원으로 인하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이 급증한 반면 최근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 관광객이 줄어 객실가동률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호텔 공급과잉에 따른 후유증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와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호텔 공급이 3만3,511실에 달해 숙박수요인 3만2,491실을 넘어섰고 2017년까지는 이 같은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일 경우 사업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전컨설팅 업체인 THE바른의 민경조 대표는 "오피스텔 공급러시에 따른 수익률 저하 현상이 호텔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호텔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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