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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그 자체 찍는 것이 사진"

‘보이는 그대로를 보라’…11월15일까지 원앤제이갤러리

김윤호 '소나무 수십 그루'

경주 남산의 왕릉 소나무는 이를 찍은 한 유명 작가의 작품 사진이 세계적 명성을 얻으며 일약 ‘촬영의 성지(聖地)’가 됐다. 사진 애호가들은 성지 순례하듯 이곳을 방문해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새벽시간을 기다려 셔터를 눌렀다. 수년 째 몇 만 명이 다녀갔는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사진작가 김윤호(39)도 이 곳을 찾았다. 비평적인 시선과 예리한 풍자 감각으로 사회문화적 현상들을 관찰해온 그의 선택이라 다소 의외다. 물론 의도와 결과는 달랐다. 이 소나무를 촬영한 사람들이 새벽의 서정성ㆍ추상적 분위기를 포착하는 데 주력했다면 그는 소나무라는 대상 자체를 솔직하고 분명하게 찍었다. 국내외 미술관 전시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김윤호의 첫 상업화랑 개인전이 가회동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사진전’. 대나무와 소나무, 돌ㆍ풀ㆍ꽃, 노을 등 사진작품에 흔히 등장하는 익숙한 소재들만을 골라 찍어 그만의 방식으로 한국 사진사(史)를 재조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촬영했던 것(또는 곳)일수록 작품 크기가 더 크다. ‘소나무 수십 그루’(174ⅹ142cm)를 비롯해 ‘돌 두 개’ ,‘눈길’, ‘소나기 구름’ 등이 유독 크다. 제부도의 노을, 대부도의 풀숲, 하동 대나무 같은 소문난 출사지를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풍경 사진들과 다른 점이 있다. 모든 작품에 촬영용 조명 2개가 등장해 피사체를 양쪽에서 비춘다. “무엇을 찍었는지를 강조하기 위해서죠. 많은 사진 작가가 사진을 찍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피사체는 뒷전이고 보이지도 않는 사랑ㆍ죽음ㆍ영원 같은 추상적인 감정을 얘기합니다. 대상보다 그 서정적 분위기, 함축적 메시지, 역사적 의미를 찾으려 애쓰죠.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바로 이것, 사진이 보여주는 그 자체를 보라는 뜻입니다. 사진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는 게 이 사진전의 역설적 의미입니다.” 마르셀 뒤샹이 남성 변기를 전시장에 갖다 놓음으로써 일상용품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면 김 씨는 촬영조명기라는 장치를 통해 대상의 본질을 강조한다. 사진 찍기에 바빠 오히려 진짜 눈과 오감으로 만끽할 순간이나 자체의 아름다움을 놓쳐버릴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김윤호는 지난 3월 뉴욕에서 열린 세계 3대 아트쇼인 ‘아모리 쇼’에서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개인전이 열렸고 출품작이 전량 판매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중앙대와 런던 골드스미스에서 수학했고 영국ㆍ독일 등지에서 활동했다. 이번 전시는 11월14일까지. (02)745-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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