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통치권을 행사하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사진)가 부당한 토지몰수를 통해 성장한 거대 비밀기업을 거느리며 이를 자금줄로 활용해왔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방 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이란이 최근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며 미국·유럽 등과 핵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제기된 것으로 협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로이터는 6개월간 심층취재를 한 결과 하메네이가 비밀리에 키워온 재벌기업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자 정보, 테헤란 증권거래소 및 미 재무부 자료를 종합하면 '세타드 이즈라예 파르마네 헤즈라트 이맘'으로 알려진 이 기업의 총자산 규모는 950억달러(약 101조7,450억원)에 달한다. 지난 6년간 급속히 사업을 확장해 금융·석유·통신·농축산업 등 국내에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으며 자산규모는 이란의 한해 석유 수출량보다 40%나 많다고 로이터는 추산했다.
지난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초대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명령으로 창건된 세타드는 국민들의 토지를 강탈하다시피하며 자산을 불린 것으로 보인다. 초창기에는 참전군인을 위한 자선사업이 목적이었으나 이후 하메네이의 권위를 등에 업고 혁명의 혼란 속에 임자가 사라졌거나 소수집단이 소유했던 토지를 강압적으로 흡수·매각해왔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2008년 기준 세타드의 총자산 가운데 부동산은 절반을 넘는 520억달러에 달한다.
통신은 토지를 몰수당한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 의회조차 하메네이의 허락 없이 세타드를 조사할 수 없을 정도로 실체가 철저히 보호되고 있다"며 "수익은 최고지도자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데 쓰였다"고 전했다.
이러한 보도내용에 대해 세타드 측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오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그러나 미 재무부가 이미 6월부터 셰타드의 존재와 중요성을 인지하고 제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보도가 하메네이 등 이란 보수파를 자극할 경우 해빙 무드로 돌아서고 있는 이란과 서방 간 관계가 냉각되면서 핵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이란과 미국ㆍ유럽은 우라늄 농축 등 일부 민감한 사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20일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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