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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7월 9일] 한국판 '신정화(新鄭和) 계획'이 필요하다
입력2009-07-08 17:24:46
수정
2009.07.08 17:24:46
오영호(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신정화 계획’이라는 게 있다. 대만 경제부가 올 3월 발표한 무역촉진 전략이다. 명나라 ‘해양 실크로드의 개척자’였던 정화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뜻을 담고 있다.
정화는 영락제의 명을 받아 지난 1405년부터 29년간 7차에 걸쳐 300척 이상의 대선단을 이끌고 동ㆍ서남아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30여개국을 원정해 명나라의 교역증대와 해외진출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신정화 계획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위기를 수출로 돌파하려는 대만 정부의 정책방향을 보여준다.
이 계획의 핵심은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있다. 중국 식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4조위안에 이르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겨냥해 설비ㆍ자재의 판매를 늘리자는 것이다. 중국 내수시장 판매망 구축, 우수식품 개척단 파견, 중국 대형 인터넷 쇼핑몰과의 전략적 제휴, 대만 산업 이미지 홍보 등 세부적인 지원책도 담고 있다.
대만이 중국 내수시장을 목표로 삼은 이유는 간단하다. 자국 경제의 향방이 중국 경제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만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의존도의 2배 수준이다. 또 대만ㆍ중국 무역에서 가공무역의 비중은 83%로 중국의 수출에 문제가 생기면 대만 기업의 수출차질로 직결된다.
대만의 적극적인 자세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으로 이어져 양안 간 경제통합의 단초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5월 분단 60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에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보냈고 하반기 중에 7∼9차례 더 보낼 예정이다. 최근 대만과 마주보는 푸?캬봇?‘해협서안경제구’를 설치한 데 이어 광둥성에도 ‘양안경제협력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급기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우보슝 대만 국민당 주석은 중국판 자유무역협정(FTA)인 ‘양안경제협력기구협정(ECFA)’ 체결협상을 하반기 중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신정화 계획’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한중 교역에서 가공무역의 비중이 54%이고 가공무역의 수출 대 수입 비중은 65대35이다. 정도가 덜할 뿐 중국을 가공기지로 이용하는 사정은 대만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관한 한 대만과 입장이 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무역업계는 대만이 정치적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으로 ‘신정화 계획’을 추진하는 현실을 거듭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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