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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전문가의 가치

내 전문은 영상의학으로 내가 본 것을 토대로 상담해주는 직업이며 작지 않은 병원시설과 직원을 유지하려면 최대한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한다. 다른 병원에서 찍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가지고 오는 환자들도 있는데 요즘 검사들은 보통 사오백장, 많으면 천장의 영상이 포함돼 있어 이를 판독해 설명하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지만 내가 설명을 잘 해준다고 소문나서 왔다니 고맙기는 하나 난감하기도 하다. 워낙 시간이 걸리니 밖에서 기다리는 다른 환자들이 투덜대는 소리가 점점 커지는데 한 30분 들여다보고 있자면 초조해져 나중에 봐주면 안 되겠느냐고 물으면 검사한 병원에 결과 보러 갈 때까지 못 기다려 왔다고 하니 이 성질 급한 환자에게는 결론을 빨리 내주지 않고는 다른 대책이 없는 터. 문제는 진료비다. 판독 업무량과 시간 등에 관계없이 환자가 지불하는 돈은 몇백원에서 한 삼천원까지 나오기도 하는데 이미 사망한 환자의 사진을 들고 와 사망을 숨기는 일도 있어 내가 사망한 환자의 진료비를 청구했다고 경고장이 날아오기도 한다. 심지어 판독료를 내라 하면 의견만 들었는데 무슨 엉뚱한 소리냐 해서 황당할 때가 많다. 분명한 것은 내가 한 5분도 안 되는 짧은 조언을 했다 하더라도 전문인으로서 조언을 해주기 위해 나는 30년을 투자하였으니 내가 한 5분 신문기사를 읽고 얻은 지식으로 4대강이 어떻고 하는 것과 그 전문성을 비교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병폐 중 하나로 자기 전문만 최고이고 남의 전문은 인정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드는데 이는 개인 뿐 아니라 국가제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환자들은 모두 바빠서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나면 결과를 들으러 오기보다는 의사가 전화해주기를 바란다. 쉽게 생각하면 별 것 아니지만 환자가 결과를 보려면 교통비를 들이고 시간을 쪼개 병원에 가서 재진료를 내야 하는데 의사가 전화로 상담해주면 의사는 통화료 (대부분 핸드폰 통화료) 물고 진찰료는 못 받으니 손해지만 환자는 편하고 돈 안 들면서 훨씬 나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 의사에게 전화비나 적절한 상담료 등을 지급해야 마땅하다. 요즘처럼 모든 통화기록이 충분한 물적 증거로 고스란히 남는 시대에는 허위청구가 가능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서로 전문성을 적절히 대우하고 보상해주는 성숙하고 합리적인 사회가 돼야 발전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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