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증시의 심리적 지지선이 일제히 무너진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금리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증시 급락세는 지난 5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다”는 직설적인 발언이 기폭제로 작용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증시 하락폭을 키우고 경제 전반을 위축시키며 확산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FRB 주요 관계자들이 잇따라 금리인상을 예고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금명간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해지면서 글로벌 증시 약세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와 태국ㆍ터키 등 아시아 국가들이 선제적으로 7~8일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당분간 세계 경제가 ‘금리인상 태풍권’에 머무를 전망이다. 금리인상의 충격파는 기업공개(IPO) 시장마저 침체에 빠뜨리고 있다. 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남미ㆍ아시아ㆍ유럽 기업들이 지난 2~3년 활발하게 진행해오던 IPO를 최근 금융시장 불안과 증시 변동성 확대로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고 있다. 태국 최대 맥주회사인 타이 베버리지는 IPO 규모를 당초 18억싱가포르달러에서 14억싱가포르달러로 크게 줄였으며 싱가포르 선박회사인 퍼시픽 킹 시핑은 지난달 열기로 했던 IPO 자체를 연기했다. 영국계 외환거래 금융회사인 CMC마켓과 시그마캐피털 인베스트먼트, 스탠더드생명보험 등도 시장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며 IPO 개최시기를 미뤘다. 증시급락으로 이코노미스트의 경제 성장률 전망과 기업인들의 체감지수도 빙하기를 맞고 있다. 필라델피아연방은행이 7일 발표한 반기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하반기 경제성장 전망치를 6개월 전의 3.1%에서 2.9%로 낮추며 기존의 낙관론을 거둬들이고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반면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2.9%에서 3.3%로 크게 올렸다. 또 미국 기업단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따르면 미국 최고경영자(CEO)들의 하반기 경제전망지수는 3개월 전보다 3.6포인트 떨어진 98.6으로 내려갔다. 판매가 늘 것이라는 응답은 85%에서 82%로 줄었고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48%만 “늘리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인 크리스 질레트는 8일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세계 경제를 다시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항해 금리인상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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