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은행이 규모에서는 시중 은행이나 외국계 은행에 비해 열세지만 경영효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밀착경영’으로 지역 은행의 강점을 십분 발휘하면 경쟁 우위를 점해나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부임한 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정경득(54ㆍ사진) 경남은행장은 지방 은행 경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피력했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사상 처음 당기순이익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벌써 3ㆍ4분기에 1,166억원을 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신용정보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 AA’에서 ‘긍정적 AA’로 상향 조정받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올해 7월 더뱅커(The Banker)지가 세계 16위 은행으로 선정한 미국 웰파고(Wells Fargo)은행이나 18위로 선정한 와코비아(Wachovia)은행도 경남은행처럼 지역 은행(Regional Bank)입니다. 이들은 자산규모가 미국 내 4∼5위 수준이면서 다른 은행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시중 은행이냐 지방 은행이냐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정 행장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잘 따라준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밀착경영이 직원들의 열성과 고객들의 믿음과 성원으로 가능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남은행은 금융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그동안 경영효율화와 지역밀착경영을 통해 주 영업구역에서 ‘지역 대표은행’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둘째, 수익성ㆍ생산성ㆍ건전성 등 지표에서 국내 유수 은행들을 앞지르고 있다. 올해 3ㆍ4분기에는 창립 이래 최초로 1,1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세계 일류 은행 수준에 버금가는 ROA(1.26%)와 1인당 당기순이익(1.3억원)을 시현했다. BIS 비율(11.7%)도 국내 은행 최고 수준으로 건전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췄다. 셋째, 영업 확장세를 고려할 때 향후에도 지금과 같은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에는 1,500억원 정도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됩니다. 지난 2003년 말 11조2,000억원이던 총자산은 올해 9월 말 14조4,000억원을 돌파해 30% 수준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총수신과 총대출도 동년 대비 20%가 넘는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 행장은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 하나 경남은행의 두드러진 특징. 정 행장 부임 이후 경남은행 하면 ‘국내 최초, 지방 은행 최초’라는 닉네임이 연상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지방 은행 최초 신용등급 AA 획득을 시작으로 지방 은행 최초 재산신탁 취급, 지방 은행 최초 금융채 발행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하는 등 ‘앞서가는 경남은행’을 만들어가고 있다. 중소기업과 지역민에 대한 금융지원 패러다임을 업그레이드(Up-grade)시킨 것도 경남은행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과거에는 지역 위주로 자금을 조성해 이를 지역기업에 지원하는 한계된 영업을 펼쳤으나 지난해 11월 서울 지역에서 대규모로 금융채를 발행, 저리로 자금을 조달해 이를 지역 중소기업과 지역민에 저리로 지원하는 새로운 금융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지역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지역 중소기업과 지역민에게 지원한 자금이 1조원에 이른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정 행장은 지난해 12월 중기청으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모교로부터 ‘자랑스런 연세 상경인상’을 받았다. 또 경남은행이 지난해 수도권에서 조성한 저금리 자금을 지역민에게 저리로 지원해주기 위해 개발한 경남사랑ㆍ울산사랑 감사대출 상품이 히트를 치며 창의성과 공익성을 인정받아 금융상품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선을 긋고 영업을 하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랩니다. 경남은행은 이미 지난해부터 부산ㆍ김해ㆍ양산 등을 성장 타깃 지역으로 설정하고 네트워크 확충 등 공격적 영업을 구사고 있습니다. 주 영업구역인 울산 지역에서는 시장점유율 1위, 점포망 1위, 고객선호도 1위라는 ‘지역 대표은행’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해나갈 것입니다.” 정 행장은 앞으로의 성장전략에 대해 이 같은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일류 은행을 만들어낼 일류 인재의 양성에도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한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소신·열정 갖고 솔선수범하라" 정경득 은행장은 30년 이상을 금융업 한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져 은행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오른 전문 뱅커(Banker)다. 그를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은 솔선수범ㆍ소신ㆍ열정이라는 3가지 경영철학이다. "스스로 행하라." 그가 제일 강조하는 것은 바로 '솔선수범'이다. CEO는 하지 않으면서 부하 직원들에게만 강요하는 일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다. 스스로 먼저 행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도 본받게 돼 있다고 그는 굳게 믿는다. "소신을 가지고 경영하라." 경영자는 항상 내일 그만둔다는 자세로 소신을 가지고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CEO의 확고한 소신이 없으면 외부의 압력이나 내부의 분열에 쉽게 흔들리게 되고 그것은 결단력의 부족을 낳아 언젠가는 그 기업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정(Passion)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라." 매사에 열정을 가지고 임하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지위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후 결과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적극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은 삶을 사랑한다(잭 웰치)"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의 끝없는 열정은 '사람에 대한 투자' 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국내 유수 기업의 임원급을 대상으로 하는 일류대학의 전문연수원에 400여명이 넘는 실무 책임자급 전원을 지난 7~8월 중 2박3일 동안 입소시켜 연수를 받게 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파격적 연수 프로그램이었다. ◇약 력 ▦51년 경남 양산 출생 ▦69년 부산고 졸업 ▦74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74년 제일은행 입행 ▦84년 한미은행 입행 ▦96년 한미은행 기업금융그룹장 ▦2001년 한미은행 부행장(CFO) ▦2001년 한미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2004년 3월 경남은행 은행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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