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야니스 바루바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국제채권단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는 썩은 조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트로이카와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날 아테네를 방문한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과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그리스는 지난 2010년 재정위기 이후 트로이카로부터 총 316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 받았으며 급진좌파 정부는 이에 대한 채무탕감을 추진하고 있다. 바루바키스 장관은 트로이카 대신 유럽 각국과 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말을 들은 데이셀블룸 의장은 바르바키스 장관에게 귓속말을 건넨 직후 화난 표정으로 회견장을 서둘러 떠났다.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는 데이셀블룸 의장이 "당신은 지금 트로이카를 죽였다" 또는 "당신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 등의 경고를 했다고 전했다.
그리스는 또 미국 투자컨설팅사인 라자드를 국제협상 자문사로 선정하고 트로이카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라자드는 과거 아르헨티나·이라크·뉴욕시 등의 부채협상 자문을 맡은 바 있으며 2012년에도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을 자문하기도 했다.
그리스의 이 같은 저돌적인 태도에 대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채권국 진영은 펄쩍 뛰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월31일 현지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그리스는 채무탕감을 여러 번 받았다"며 "새로운 채무탕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메르켈 총리는 전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비공식회담을 갖고 그리스 부채탕감 문제에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그리스와 채권단 간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일단 진화에 나섰다. 그는 1월31일 성명서를 내고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갚을 것"이라며 "견해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그리스가 협상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같은 유화책은 ECB가 구제금융 조건을 합의하지 않으면 그리스 국채가 양적완화(QE) 채권매입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부채탕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 신생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는 1월31일 수십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반긴축 시위를 열었다. 스페인의 '치프라스'로 불리는 바플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는 이날 "그리스의 선례를 따라 총선에서 승리하면 1조유로에 달하는 스페인 부채를 재조정하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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