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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8월 18일] 남북합의, 경협 정상화부터 단계적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합의한 남북이산가족 만남 추진 등 5개 합의사항은 남북한 당국이 얼마만큼 유연하게 대처하느냐에 이행 여부가 달렸다고 할 것이다. 이번 합의는 다섯 차례나 체류기간을 연장한 현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해 얻어낸 ‘인내의 선물’이다. 그러나 남북한 당국의 직접대화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절차상 이행을 장담할 수 없는 사항이 대부분인 점이 걱정스럽다. 합의사항 중 당장 실천 가능한 것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제한한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체류제한 철회뿐이다.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 및 백두산 관광 추진,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남북 당국자 간 협의 없이는 사실상 실천이 어렵다. 남북 당국자 간의 협의가 필요한 분야까지 민간기업과 합의한 북한의 저의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통미봉남(通美封南)’에 이어 ‘통민봉관(通民封官ㆍ민간하고만 교류한다)’의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결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위기에 처한 현대그룹의 사정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핵 문제 등으로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라 북한과 민간기업인 현대와의 합의사항을 덮어놓고 받아들이기도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금강산 관광의 경우 지난해 7월11일 고 박왕자씨가 피격 사망한 후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요구에 북한이 전혀 성의를 표시하지 않고 있는 점도 커다란 부담이다. 5개 합의사항은 정부나 국민 모두 바라는 것들이다. 북한이 대남관계 개선을 위해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현 회장을 통해 메시지를 보냈을 수도 있다. 이번 합의사항이 남북 당국자 간 협의 없이는 이행될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유연한 대처가 요구된다. 5개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남북 당국자 간 대화를 제의해볼 만하다. 북한도 김 위원장이 현 회장에게 준 ‘선물’인 만큼 대화를 거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5개 합의사항을 한꺼번에 실천하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부터 정상화시킨 다음 단계적으로 실천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 당국자 간 대화이다. 5개 합의사항 이행을 협의하기 위한 남북한 당국자 간의 대화가 이른 시일 내에 성사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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