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금융위기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달러 수요가 급등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달러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 스와프 규모를 두 배 가까이 늘리며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FRB와 ECB는 통화 스와프 규모를 기존 30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스위스 중앙은행과의 통화 스와프 규모를 60억달러에서 120억달러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미국과 ECB 간 통화 스와프는 지난해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세 번째다. FRB는 이와 함께 신용위기를 조기에 마무리하기 위해 5월 미국 금융권에 공급하는 유동성 규모를 500억달러 늘린 1,5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공조에서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자체적으로 달러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참가하지 않았다. 달러부족 현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감으로 자금 수요가 증가한데다 달러가 강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도 가세했다. 달러화는 FRB의 금리인하 중단 발표 이후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리보(LIBORㆍ런던은행 간 금리) 등 은행 간 단기금리가 급등한 것도 달러부족 현상 심화의 또 다른 이유다. 국제 금융거래의 기준이 되는 리보는 4월 은행권의 금리정보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한때 0.14%포인트 급등했다. 리보가 최근 안정세에 들어갔지만 유동성 부족 현상을 진정시키기에는 아직 높은 수준이라는 게 중앙은행들의 판단이다. 이번 중앙은행들의 긴급 대책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 국면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3월 베어스턴스 매각 사태를 기점으로 글로벌 신용경색은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은행 간 단기 금융시장에서 부분적인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조속히 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는 4월 고용지표 발표에서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 수가 2만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당초 7~8만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본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실업률도 5%로 떨어지면서 고용시장이 생각보다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줬다.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표면이율 3.50%의 10년물 국채금리도 투자자들이 대거 국채 매각에 나서면서 한때 3.87%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앙은행 간 공조가 유럽 금융권의 달러 수요를 충족시켜 급등하고 있는 리보를 낮추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안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나아가 이 국면만 잘 넘기면 지난 여름 이후 국제 금융시장을 옥죄어온 신용위기가 해소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뉴욕 멜런은행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울포크는 “최근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있고 달러화도 지난 7년간의 약세에서 벗어나 점차 기력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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