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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그리스 과제는] 개혁안 15일 의회 통과시키고 22일까지 EU 법안 추가 의결해야


1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이 13일(현지시간)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그리스 사태가 큰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 그리스는 당장 15일까지 서둘러 개혁안을 입법화해야 하고 유로존 각국은 협상 개시에 대한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 예정된 일정대로 차질없이 진행돼도 그리스는 혹독한 개혁안에 반발하는 국민과 정치권을 달래야 하고 채권단과 3차 구제금융 협상에서 또다시 채무 재조정을 놓고 날 선 협상을 벌여야 하는 등 험난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 우려는 덜었지만 앞으로 그리스의 개혁이 실패하거나 정치불안이 심화한다면 언제든 다시 그렉시트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타결 이후 주요 난제들을 정리한다.

① 그리스 무엇을 해야 하나

채권단과 구제금융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그리스는 당장 15일까지 채권단과 약속한 4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관련 법안은 △부가가치세 간소화 △과세 기반 확대 △연금체계 개선 △재정위원회 도입 등이다. 이어 오는 22일까지 △유럽연합(EU)의 '은행 회복 및 정리 지침(BRRD)' 관련 법안 △민사소송법 등 2개 법안을 추가로 의회에서 의결해야 한다. 또 500억유로(62조6,740억원) 규모의 국유재산펀드를 설립해 은행 자본 확충과 부채를 줄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 시장규제 완화를 위해 일요일 영업, 세일기간, 약국 면허, 제과점 등의 부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안을 적용해야 하며 송전공사 민영화, 대량해고 등의 일정도 채권단과 협의해야 한다.

② 3차 구제금융 협상 일정은

ECB 긴급유동성 한도 증액 결정 등 약 한달 걸릴 듯


15일 그리스가 4개 개혁법안을 입법화하면 16일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은행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 증액 여부를 결정한다. 17일에는 독일·네덜란드·핀란드 등 각국 의회에서 합의 내용을 수용할지 표결한다. 각국 의회를 통과하면 그리스는 브리지론 등 단기자금을 지원받아 20일 ECB에 35억유로를 갚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면하게 된다. 채권단과 그리스는 그 사이 지속적으로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한다. 채권단은 그리스에 향후 3년간 최대 860억유로를 지원하고 채무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 등을 통해 부채를 경감해주기로 했다. 채권단은 3차 구제금융 협상에 약 4주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③ 회원국 유로존 합의안 받아들일까

獨 등선 무난한 통과 예상… 슬로바키아 가장 불투명




17일 독일·네덜란드·스페인·핀란드·포르투갈·오스트리아·룩셈부르크·에스토니아·슬로바키아 의회는 유로존 정상회의 합의 내용을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의지대로 무난한 의회 통과가 예상되지만 기독민주당(CDU) 등 보수파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그렉시트를 주장해온 핀란드는 이번 안에 대해 전체 의원 200명이 아니라 25명으로 구성된 대위원회에서 승인한다. 2010년 유로존 국가 중 유일하게 그리스 1차 구제금융 지원을 거부한 슬로바키아 의회 통과 여부가 가장 불분명하다. 포르투갈·스페인 등 다른 회원국들의 의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④ 구제금융 전까지 자금지원 어떻게

브리지론 120억 유로 투입… ESM 긴급 자금도 검토


13일 정상회의 합의 직후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곧바로 브리지론 지원 논의에 착수했다. 브리지론은 3차 구제금융 전까지 그리스의 디폴트를 막기 위해 지원되는 단기긴급자금으로 이달 20일까지 70억유로, 다음달 중순까지 50억유로를 합쳐 총 120억유로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지원되는 3차 구제금융 자금 860억유로 중 100억유로를 그리스 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즉각 지원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⑤ 그렉시트 위기 완전히 벗어났나

정치불안 심화 땐 1~3년내 다시 유로존 탈퇴 현실화


당장은 아니지만 수년 내 그렉시트가 현실화할 우려는 여전하다. 개혁안 협상은 끝났지만 채무 재조정 과정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은 언제든 다시 격돌할 수 있어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혹독한 개혁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와중에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의원들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게 반기를 들고 있어 정치불안이 심화한다면 그리스 사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렉시트라는 말을 처음 쓴 씨티그룹은 "1~3년 안에 그렉시트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며 "경제회복과 재정적자 축소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유로존 잔류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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