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바바를 중국 경제의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알리바바의 최대주주는 일본인이며 일본의 유명 금융회사인 소프트뱅크의 최대주주는 한국계 인물로 알고 있습니다. 한 회사가 어느 국가에 속하느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며 힘을 모아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장샹닝 중국네트 회장)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시점이 임박한 가운데 27일 '서울포럼 2015'의 부대행사로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 창조경제혁신포럼(이하 한중 포럼)'에서는 한중 시너지 창출을 위한 지혜를 찾는 한중 기업인들 간의 대담이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대담에 참석한 중국 기업인들이 입을 모아 조언했던 것은 바로 '국적'과 '자본의 경계'를 뛰어넘는 협력이다. 이들은 세계화에 대해 한국 기업인들 보다도 깨어 있는 사고방식을 보여줬다. 자본이 보다 자유롭게 오가고 한중 기업들이 국적이 다른 직원도 적극적으로 채용하며 서로의 시장을 공동으로 겨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샹닝 회장은 "지금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메이드 바이 코차(Made by KORCHA)나 차이코아(CHIKOA)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국 최대 기업들이 모두 미국에 상장하는데 이 회사가 중국 회사냐, 미국 회사냐, 홍콩 회사냐"고 청중에게 질문하며 "한국 회사는 작은 시장인 한국을 벗어나 해외로 진출해야 성공할 수 있고 주주나 직원 구성 등과 관련해 편협한 시각을 가진다면 결국 질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한국 기업들을 도와 함께 수출 시장에 가길 원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대담에 앞서 축사를 맡은 저우샤오펑 신랑왕 편집장도 "명동에서는 화장품 판매점과 가판대에서 중국어가 공용어로 쓰이고 중국 우다코에 거주하는 한국의 유학생과 중국인들은 서울서 생활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심지어 중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은 연예인 최시원과 중국의 리우원의 연애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어 한국과 중국 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담의 사회를 맡은 조동성 서울대 교수 역시 오랜 중국 유학 및 중국 대학 재직 경험 등을 토대로 한국 기업들에 '마음의 빗장'을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사업 아이템이나 국경 없는 협력, 자본이나 주주 구성 등에 대해 보다 열린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창조'라는 이름으로 과목을 개설하려 하니 예술대학 등에서 문제 삼을 수 있으니 '혁신과 창조'라는 이름으로 바꾸라고 했다. 같은 내용을 중국 대학에서 건의하니 아무 문제 없이 받아들이고 창조 과목을 재학생 전원 필수과목으로 만들었다. 정부발 규제공화국이라고만 말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마음속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경계 없이 협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천샹둥 건쉐이쉐닷컴 회장은 "인터넷의 빠른 발전 속도에 맞춰 창업이 성공하려면 결국 자본이 필요하고 자본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중국은 이미 몇억달러나 몇십억달러 규모의 다양한 인수합병(M&A)이 시장을 좌우하고 있고 이것이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 내에서 어떤 수요가 일고 있는지 한국 기업들이 귀기울여야 할 분석들도 제시됐다. 왕즈취안 다푸닷컴 회장은 "지난 2012년 이후 중국에서 가장 크게 부각되는 이슈는 안전 문제"라며 "식품안전, 스모그에 대한 대처를 비롯해 홈웨어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내에서는 지역별로 소비격차가 굉장히 심하며 '인터넷 사고'가 최근 중국 내에서 상당히 유행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백양순 한국IT융합기술협회 회장은 중국 기업인들에게 한국과 손잡고 중국 내에서 새로운 핀테크 사업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알리바바가 이미 중국 내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중국 시장의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백 회장은 "지금 한국의 발달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특히 핀테크에서 중국 시장에 함께 가보자는 의지가 강하다"며 "함께하지 않으면 발전이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자인 조 교수는 대담을 마무리 지으며 한국과 중국이 새로운 '관포지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포지교'는 춘추시대 제나라 관중과 포숙의 변치 않던 우정을 일컫는다. 조 교수는 "중국은 1910년대 손문 선생이 새로운 중국을 만들 때 유럽을 모델로 했고 1949년 마오쩌둥 주석은 소련을 모델로 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夢)을 통해 중국 자체의 독자적인 길과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한국이나 중국이 이제 다른 나라의 모델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협력하면서 친구의 나라로서 함께 아시아의 모델을 찾고 여기서 각각의 역할을 확대한다면 새로운 관포지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