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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의 관록이냐 신인의 패기냐.'
4ㆍ11 총선에서 전재희 새누리당 후보와 이언주 민주통합당 후보가 맞붙는 경기 광명을은 전국에서 보기 드물게 '여(女)ㆍ여(女)' 구도의 대결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러나 둘을 자세히 뜯어보면 여성이라는 공통점보다 경력에서의 차이점이 훨씬 더 두드러진다.
행정고시(13회) 출신인 전 후보는 지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여성 최초의 관선ㆍ민선 자치단체장(광명시장)을 지냈고 18대 국회를 포함, 이곳에서 3선 국회의원을 한 지역 토박이 정치 베테랑이다.
반면 사법고시(39회) 출신의 이 후보는 2008년에 35세의 나이로 S-OIL 상무 자리에 올라 국내 30대 그룹 내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나 정치 경험은 전무하다. 이 지역에서 18년 동안 정치 경력을 쌓아온 전 후보의 관록이냐 당돌한 정치신인의 패기냐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철산역 부근에서 만난 최현석(54ㆍ회사원)씨는 "전 후보가 너무 오랫동안 정치생활을 하면서 사람이 변했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며 "이번에는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최씨는 지난 두 차례의 총선에서 전 후보를 지지했다고 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 야권의 '정권심판론'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도 전 후보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전 후보는 "장관 시절 시장경제론자들과 맞서 복지를 확대해왔고 이명박 정부가 비판 받아온 영리의료법인 추진도 직을 걸고 반대했다"며 "새누리당이 미래지향적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장관으로서 해왔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후보의 경우 인지도가 낮고 광명 지역에서의 기반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하안동에 거주하는 50대 초반의 임모씨는 "민주통합당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젊은 후보를 이곳으로 보냈다는데 지역 사정도 모르고 신인이라 정치할 줄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반면) 전 후보는 KTX 광명역도 유치하는 등 지역 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18년 동안 전 후보가 이 지역에서 정치생활을 해왔지만 침체된 광명시에 변화된 게 없었다"며 "젊은 열정과 패기로 이 지역에 활력과 에너지를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양 후보에게 서로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이 후보는 "전 후보가 오래된 관료 및 정치 경험으로 주민들을 다루는 자세가 권위적이라면 전 수평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 후보는 "여성 후보가 같이 경쟁하는 것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지역 대표로 내려오는 것에 대해서는 지역 현안을 알고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선거 과정에서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역 현안과 관련해 전 후보는 ▦스쿨 폴리스(학교 경찰) 배치 ▦소하역 신설 ▦KTX 연계 교통망 건설 마무리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KTX 광명역세권의 투자 촉진 등 지역경제 활성화 ▦광역 교통 인프라 구축 ▦아이ㆍ부모를 위한 보편적 복지 확충 등을 약속했다. 전 후보, 이 후보와 함께 이 지역은 광명시장(민선 4기) 출신의 이효선 후보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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