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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
입력2006-06-07 16:58:22
수정
2006.06.07 16:58:22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는 책을 쓴 존 G. 밀러는 ‘안되는 집안’의 공통점으로 책임의식의 결여를 꼽았다. 무책임과 온갖 핑계와 변명이 조직원과 조직을 좀먹는다는 것이 밀러의 분석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내 소관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알 바 아니다”는 식이다. 자신의 실수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무책임과 변명, 핑계. 바로 조직을 망가뜨리는 암세포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일하는지를 모른다. 자신에게 발생한 문제나 잘못된 행동, 또는 부정적인 느낌에 대해 결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무책임한 조직은 오래 못 가
무책임하기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들은 무슨 일이 터지면 항상 잘못을 남에게 돌린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있는 조직은 언제나 분란이 끊이지 않는다. 무책임은 곧 무능으로 연결된다. 책임회피를 위해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것도 무책임한 사람들의 공통된 점이다. 해결능력이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무책임하고 남 탓만 하는 조직이 오래 지탱할 리는 만무하다.
요즘 5ㆍ31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경제정책의 실패와 정부 여당의 독선과 아집을 우선으로 꼽는다. 물론 틀리지 않은 분석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책임감 결여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 3년여 동안 정부와 여당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찬찬히 따져보기보다는 ‘네 탓이야’부터 먼저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되는 것도 네 탓, 공교육이 표류하고 있는 것도 네 탓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정부의 정책실패 때문이라는 자기반성은 좀체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통령은 21세기를 앞서가는데 국민은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는 말까지 했다.
말로는 국민들을 섬긴다고 하지만 안하무인격으로 깔아뭉갰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틀이 멀다 하고 계속됐다. 국민들의 뇌리에는 정말 구제불능, 책임질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박혔다.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긴 자신들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하나둘 늘어갔다. 결국 “한나라당도 밉지만 열린우리당이 더 미워서…”라는 게 이번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이자 천심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정부 여당은 지금 깊이 반성하는 듯해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대해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던 대통령은 충격이 조금씩 가시는 듯하자 말을 바꾸며 국민들을 다시 절망하게 하고 있다.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어떻게 “한두번 선거로 나라가 잘되고 못되는, 어느 당이 흥하고 망하는 그런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자신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몰라준다는 핑계과 변명으로 들린다.
열린우리당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엊그제 홍천에서 선거참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워크숍을 가졌지만 결국은 대통령 책임이라는 식이다. 자신들의 책임보다는 대통령이 더 크다는 듯이 비쳐진다. 지금 나라꼴이 이렇게 된 데에는 여당의 잘못이 더 크다고도 할 수 있다.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기업들의 사기를 꺾는 온갖 법률들을 만들어내고 양극화를 해소한다며 국민들의 부담을 늘리는 데 앞장서지 않았던가.
與, 책임정치했나 되돌아봐야
정치도 일종의 서비스 산업이다. 고객은 국민이다. 고객을 무시한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없듯이 국민을 섬기지 않는 정치 역시 오래 갈 수 없다. 열린우리당이라는 정치기업은 지금 고객을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새 마음, 새 각오로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발림말로는 고객을 다시 끌어들일 수 없다.
주인을 새로 바꾸고 종업원도 확 갈아치우고 인테리어도 바꿔야 하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정부 여당은 우리 제품이 더 좋은데 왜 알아주지 않느냐고 고객을 탓할 게 아니다. 고객들이 진정 원하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를 백지상태에서 세심히 따져봐야 한다. 이번에도 겉포장에만 그친다면 고객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상품이나 가게는 지금도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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