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의 바람대로 우리 경제가 회복국면에 진입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경기침체의 어두운 터널에 갇힌 국민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증거를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예전보다 나빠졌다는 위기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대외환경은 가장 큰 압박요인이다. 미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로 낮춰 잡았다.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인 중국조차 7%대 중반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를 경고하기도 했다. 수출전선에 여전히 빨간 불이 켜져 있다는 의미다.
국내 경기라고 나아진 것은 없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성장률을 끌어내리기 바쁘고 잠깐 숨을 쉬던 부동산시장도 다시 동면에 들어갔다. 30대 기업 중 투자를 줄이겠다는 기업이 20%나 된다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사방에서 사이렌이 울리는데 경기개선 얘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팀이 현실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고 질타했다고 한다. 올바른 지적이다. 금리를 낮추고 부동산대책을 내놓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는데도 이 정도라면 아직 위기는 가신 게 아니다. 정부는 낙관론에 빠지기보다 경제 살리기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외면한다고 저성장 경고등이 꺼지지는 않는다. 냉철한 현실인식이야말로 위기극복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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