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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없는 한류 드라마 주인공은 이글의 여왕

LPGA 롯데 챔피언십


김세영, 박인비와 선두 다투다 18번홀 티샷 물에 빠뜨려 위기
5.5m 칩샷 넣으며 연장전으로

연장 두번째샷 그대로 홀 속에
박인비 "어떻게 그게 들어가…"
시즌 2승째… 상금 선두로 나서
1위~공동 4위까지 5명 한국인


김세영(22·미래에셋)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던 시절 '대박녀'로 통했다. 지난 2013년 9월부터였다.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5타 뒤진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 대역전 우승을 이뤘다. 17번홀(파3)에서는 홀인원을 터뜨린 뒤 "대박"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때부터 대박녀로 불렸다. 홀인원 포함 이글 2개로 우승 상금 3억원을 챙긴 김세영은 홀인원 부상으로 받은 1억5,000만원 상당의 수입차와 후원사 보너스까지 더해 한 대회에서 약 6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앞서 그해 4월에도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잡아 역전 우승했다.

김세영이 미국에서도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마지막 홀 보기 위기에서 칩인 파로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가더니 연장 첫 홀에서 154야드 '결승 샷 이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승 상금은 27만 달러(약 2억9,000만원). 직전 대회에서 3타 차 단독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공동 4위로 마감했던 악몽을 깨끗이 씻은 한판이라 더욱 짜릿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임에도 8개 출전 대회에서 벌써 2승(2월 바하마 클래식)을 거둔 김세영은 신인왕은 물론 핵심 타이틀까지 휩쓸 다관왕 후보로 급부상했다. 2승은 김세영이 올 시즌 최초.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제치고 상금 1위(69만9,000달러)로 올라섰고 신인왕 포인트에서는 2위 김효주(20·롯데)와의 격차를 멀찍이 벌렸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85점)에서 역시 선두로 나섰다. 상금 2위 루이스와 올해의 선수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코올리나GC(파72·6,383야드)에서 계속된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 김세영은 1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출발했다. 그는 2주 전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도 1위로 마지막 날을 나섰다. 하지만 3타를 잃고 2타 차 공동 4위로 돌아섰다. '역전의 여왕'으로 불리지만 수성에는 실패했던 김세영으로서는 앞으로 투어 생활이 좌우될 수도 있는 시험대였다. 또다시 역전패한다면 '54홀 선두'가 트라우마로 굳어질 수 있는 상황. 18번홀(파4·403야드)에서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11언더파로 같은 조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공동 선두였던 김세영은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친 티샷을 물에 빠뜨렸다. 박인비의 역전 우승이 확실해 보였다. 김세영이 3타 만에 그린 주변에 공을 갖다 놓은 반면 박인비는 쉬운 파 퍼트를 남기고 있었다. 김세영은 그러나 5.5m 칩샷을 그대로 넣었다. 이날 버디 3개에 보기 2개, 더블 보기 1개로 1타를 잃은 김세영은 최종합계 11언더파로 박인비와 연장에 돌입했다. 18번홀에서 계속된 연장. 김세영이 154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러프에 떨어진 뒤 그린을 맞고 사라져 버렸다. 김세영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박인비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앞에 멈춰 경기는 거기서 끝났다. 프로 통산 7승(KLPGA 투어 5승, LPGA 투어 2승)을 거둔 김세영은 경기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모르겠다.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정규 18번홀 칩인 파 세이브에 대해서는 "한 번에 넣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는데 진짜로 넣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생애 최고의 샷은 따로 있다. 2013년 KLPGA 투어(한화금융 클래식)에서 17번홀 홀인원으로 우승한 적이 있다"며 "오늘 샷 이글은 두 번째, 정규 18번홀 칩샷은 세 번째 최고의 샷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취재진이 2주 전 ANA 대회 역전패를 언급하자 "사실 그 대회 이후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털어놓으며 "하지만 동시에 가능성도 확인한 대회였다. 그런 경험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장에서 "어떻게 그게 들어가느냐"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박인비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4년5개월 만의 우승에 가까이 갔던 김인경(27·한화)은 9언더파 단독 3위로 마쳤다. 김효주는 최운정(25·볼빅)과 함께 7언더파 공동 4위. 4위까지 5명이 모두 한국인이다. 대회 첫날부터 한국 선수들이 리더보드를 점령하더니 마지막 날 한국인끼리 극적인 우승 다툼일 벌여 '한류 드라마'가 완성됐다. 한국(계)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 9개 대회에서 7승을 합작했다. 최근 2개 대회에서 미국 선수들에게 우승을 내줬으나 다시 연승 가도의 출발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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