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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사휘발유 유통 막을 수 없나
입력2007-06-11 17:42:20
수정
2007.06.11 17:42:20
최근 어느 조사기관은 우리나라 운전자 10명 가운데 1명꼴로 유사휘발유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사휘발유가 얼마나 많이 유통되고 소비자를 유혹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유사휘발유는 대부분 원유를 정제해 생산되는 또 다른 석유제품의 하나인 솔벤트(용제)를 원료로 석유화학공장에서 나오는 메탄올과 톨루엔을 첨가해 만든다. 이런 유사휘발유가 유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휘발유와 용제에 부과되는 세금 차이로 소비자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 유사휘발유를 제조해 판매하면 부당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속되는 고유가 상황에서 값싼 휘발유를 찾는 소비자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유사휘발유의 유통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현재 휘발유에는 공장도가격과 유통 마진에 부과되는 부가세 외에도 교통세ㆍ교육세ㆍ주행세 등 세금이 리터당 800원을 넘고 있지만 용제에는 부가세 이외의 세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유사휘발유의 제조자와 사용자는 정상적인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만큼을 함께 나눠 갖는 셈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유사휘발유 규모는 전체 휘발유 소비의 7%가량을 차지하고 여기서 빠져나가는 세금이 한해 6,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승용차는 지난 2000년의 721만대에서 2006년 792만대로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휘발유 소비는 같은 기간 동안 250만배럴이 감소했다. 자동차 연비의 개선이나 자동차 대당 주행거리의 감소만으로 이와 같은 차량 대수와 휘발유 소비 사이의 이상한 관계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한편 용제 소비는 이 기간 동안 400만배럴이나 늘어났다. 용제 본래의 용도가 주로 페인트 희석제, 기계 세척제 등으로 사용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단기간 내에 소비가 급격히 증가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처럼 휘발유 소비의 감소와 비정상적인 용제의 소비 증가는 유사휘발유의 유통 물량이 많다는 사실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잣대이다.
그동안 정부는 유사휘발유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을 중심으로 경찰ㆍ국세청ㆍ지방자치단체의 합동 단속을 실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와 함께 유사휘발유 제조ㆍ판매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 강화만으로는 유사휘발유를 뿌리 뽑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유사휘발유에 대한 수요의 차단을 위해 사용자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했다.
그러나 유사휘발유 유통이 휘발유와 용제 사이의 세금 격차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조치로 유사휘발유의 유통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사휘발유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세제 차원의 접근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용제에 휘발유와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용제의 정상적인 수요자에게는 조건부로 면세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과세 체계의 도입에는 많은 행정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용제 실수요자에 대해 용도를 증명하고 확인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용제에 대한 과세와 조건부 면세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용제 실수요자의 구매 상황이나 용도 확인이 용이하도록 사업자등록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생산 단계에서 실소비자까지 판매되는 유통 경로와 물량 확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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