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사촌 중에 미국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으로 들어온 동생이 있습니다. 중ㆍ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다녔지만 영어로 의사소통 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고 최근에는 외국계 기업에 당당히 입사해 가족과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동생이 회사 회의시간에 자신의 의견을 영어로 말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며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더라고요. 외국에서 살다 와도 이렇게 어려운 영어를 과연 한국에서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정말 고민입니다.(이경미ㆍ30)
A. 회의시간에는 아무래도 직업과 관련된 전문용어와 격식을 갖춘 말들이 많이 오갑니다. 이런 경우 평소 영어를 좀 한다고 자부하던 친구들도 말문이 막혀 당황하기 쉽습니다.
짐 커밍스라는 언어학자는 영어학습에 있어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BICS)과 학문적 언어능력(CALP)은 별개로 습득된다는 것을 밝히고 두 영역의 고른 발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가게에서 물건 사기, 전화 통화하기, 도로 표지판 읽기 등은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에 해당합니다. 전문적인 토론이나 발표ㆍ분석 등은 인지적ㆍ학문적 언어능력에 속합니다. 따라서 영어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해도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환경문제에 대해 영어로 토론이 가능하다고 해서 외국인 친구들과 영어 농담을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원어민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영어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영어를 많이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본적 의사소통 능력이 생깁니다. 여기에 나이가 들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 인지적ㆍ학문적 언어능력도 발달하게 됩니다. 물론 원어민의 경우에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으면 인지적ㆍ학문적 언어능력의 발달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과 인지적ㆍ학문적 언어능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두 가지 언어능력 간의 발달이 이뤄지는 방식과 속도의 차이를 감안한 체계적이고 균형 잡힌 영어학습을 해야 합니다. 바로 원어민들이 이 두 가지 언어능력을 발달시키는 과정을 응용하는 것이지요. 즉 영어학습 초기에는 개인적ㆍ사회적 의사소통에 필요한 기본적인 언어기술과 표현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두고 아이의 인지적ㆍ언어적 수준이 높아질수록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뤄 학문적으로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예컨대 영어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파닉스(영어 알파벳 문자와 소리의 관계를 익히고 각 소리가 어떻게 결합해 발음이 되는지 등의 규칙을 배우는 학습) 교재와 개정 교육에 맞춰 표현학습이 강화된 의사소통 교재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후 실력이 향상될수록 다양한 책 읽기 프로그램과 수학ㆍ과학ㆍ사회 등을 영어로 공부할 수 있는 학과목 교재를 통해 인지적ㆍ학문적 언어능력을 다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도움말=윤선생영어교실 국제영어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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