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호령하던 미국 중형차시장에서 현대ㆍ폭스바겐ㆍ포드 등 경쟁업체들이 반격에 나서며 '춘추전국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중형차시장 규모는 900억달러(약 100조원)에 달하며 연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5%를 차지하는데다 이익률도 높아 자동차 업체들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시장'이다.
이 때문에 도요타가 지난 2010년 대량 리콜 사태로 이미지가 추락하고 이듬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공급차질이 발생하면서 일본차들이 주춤한 사이 경쟁업체들이 때를 놓치지 않고 품질 및 디자인 개선에 나서며 격차를 줄이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실제로 도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의 미국 중형차시장 점유율 합계는 2008년 37%에서 올해 1ㆍ4분기 28%로 급락했다. 반면 포드 퓨전은 같은 기간 6.8%에서 11.9%로 뛰었으며 기아차 K5(미국 수출명 옵티마)는 2.1%에서 6%로, 폭스바겐 파사트는 1.4%에서 3.9%로 증가했다.
이처럼 미국 중형차시장이 무주공산이 될 조짐이 나타나자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 및 자동차 가격 할인 등과 같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일본차를 맹추격하고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6일 오는 2016년까지 미국 현지공장과 생산시설에 총 160억달러(약 17조5,000억원)를 투자해 북미시장의 영업이익률을 현 7.4%에서 2015년 1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밝힌 중국 투자계획(110억달러)보다 45% 많다. 그레그 마틴 GM 대변인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가장 큰 두 개의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넘버원'이 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특히 올해는 중형차 판매량이 지난해만큼 급격히 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사로부터 고객을 빼앗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GM은 2월 말리부 모델의 가격을 770달러 인하했으며 추가로 2,000달러의 현금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닛산도 지난주부터 신형 알티마 가격을 580달러(2.7%) 내렸고 포드는 퓨전 모델에 대해 1,500달러의 리베이트를 제시하고 있다.
콧대 높던 도요타도 시장 수성을 위해 그동안 인색했던 가격할인 및 판매 인센티브 제공에 나섰다. 도요타는 최근 2013년형 캠리 모델에 대해 제로 금리 할부판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와 콜로라도ㆍ루이지애나에서 여러 자동차 업체 딜러숍을 운영하는 마이크 쇼는 "(중형차시장을 잡기 위한)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이미 고객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혜택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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