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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이색직업인] "작품 담는 그릇 빚는 일에 큰 보람"

설치미술 전시공간 전문제작 <br>박근수 미지아트 대표


“설치미술 작품이 맛있고 진귀한 음식이라면 설치공간을 제작하는 것은 작가의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그릇을 빚는 일이죠.” 박근수(39ㆍ사진) 미지아트 대표는 설치미술을 위한 전시공간만을 전문적으로 제작한다. 작가가 창조적인 작품을 구상해 내면 박대표는 이를 설치할 수 있는 바닥과 벽, 골재 등을 만들어 예술혼을 돋보이게 한다. 2004년과 2006년 개최된 서울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이하 미디어시티 서울), 지난해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백남준 특별전’, 경기도미술관 ‘일본 국보전’ 등 굵직한 전시를 도맡았다. 아라리오 갤러리, 토탈미술관 등 설치미술을 자주 다루는 갤러리에는 전시마다 그의 손길이 닿는다. 박대표는 “전기설비로 입문해 목공도 병행하며 경험을 쌓던 중 8년 전쯤 백남준의 작업을 전문으로 하던 업계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미술 설치 공간제작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어릴 때 손재주가 좋다는 소리를 듣긴 했어도 이렇게 미술과 인연을 맺고 살 줄은 몰랐다”고 소회했다. 제작 의뢰는 큐레이터가 주로 하지만 작가가 직접 설치 도면을 들고 박 대표를 찾기도 한다. 작품 설치 전까지 공간 제작이 끝나야 하므로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고, 짧게는 1~2일에 작업을 끝내는 일도 부지기수. 지난 ‘미디어시티 서울’은 1,000평의 공간을 60명의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나누는 데 열흘의 시간이 주어져 10명의 보조자들과 함께 하루 하루를 긴박하게 보내기도 했다. “작가의 아이디어와 구상안을 실현 가능하게 하는 게 일인 만큼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라 자신과 약속했다”고 진지함을 보인 그는 “한번은 작가가 원형의 스크린이 열고 들어가는 과정을 만들고 싶다고 해 긴 시간 고민 끝에 그 창조력을 실현시켰고 무척 흐뭇했다”며 웃음지었다. 도경민 아라리오갤러리 큐레이터는 “말만하면 뚝딱뚝딱 만드는 게 도깨비방망이 같다”고 평할 정도다. 자신이 작업한 전시가 오픈할 때면 항상 가족과 함께 참석하는 그는 “전시기간이 끝나면 내가 만든 벽과 바닥은 철거되고 완전히 사라지지만 예술 작품을 위한 것이었기에 긍지와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또 “2004년 ‘미디어시티 서울’에 큐레이터 겸 공간 디자이너로 왔던 독일인 한스 크리스트와는 지금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독일에서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제안받기도 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반면 “문화 선진국에는 작품이 설치될 미술관 지하실에 공간 제작을 위한 별도 작업실이 있을 정도라는데 우리에겐 힘든 실정이고 외부에서 작업해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최근에는 공간 제작에 덧붙여 프로젝터와 모니터 등 미디어아트 관련 장비 렌탈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그는 “앞으로 이 분야의 수요는 분명 많아지겠지만 목공과 페인팅, 전기, 금속 등 다방면을 꿰뚫어야 하는 어려움으로 젊은 친구들이 꺼릴지도 모른다”고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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