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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경남기업 사태를 계기로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개입 근거를 관련법에 명문화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치 구조조정의 명문화'라는 비판 여론이 제기될 수 있는 동시에 오히려 한편에서는 금융당국이 법에 특정된 업무 이외에는 손을 놓는 보신주의적 행태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위원회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금융감독원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달 법안을 대표 발의할 정우택 의원실 등과 협의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촉법상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이 요청하면 금융감독원이 채권기관 간 이견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항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이 워크아웃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면서 "앞으로 공식적인 회의체 안에 금융당국이 참여하게 되면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하는 이유는 경남기업 사태로 불거진 '관 주도 구조조정'의 적법성 여부 때문이다. 감사원은 최근 경남기업의 구조조정 관련 감사보고서에서 "금감원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구조조정에 개입해 주채권은행의 대주주 감자 주장을 묵살했다"며 해당 팀장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고 금융감독원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업무는 주채권은행 선정과 채권단 협의개시 절차 전까지 채권행사유예 요청 등 단 두 가지다. 이 같은 원칙을 그대로 따르면 구조조정의 핵심인 채권자 간 이견 조정 및 회생방안 마련 등에 금감원은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어떤 식이든 금감원이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법적인 근거조항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기존 관행대로 암묵적으로 구조조정에 개입했다가 제2의 감사원 문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국의 개입을 법에 명시할 경우 부작용에 대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적정 수준의 개입 근거를 마련하기가 힘들다. 금감원의 역할을 광범위하게 정의할 경우 관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반면 협소하게 특정할 경우 오히려 당국이 필요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기업구조조정담당 임원은 "그동안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문제로 인해 경남기업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이번 사건 하나로 법을 바꾼다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법적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A교수(법학과)는 "금감원 개입의 요건과 그 효력을 구체적으로 명확히 하지 않으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금융당국의 개입 관련 조항을 명시할 경우 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화한다는 기존 워크아웃 원칙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며 "향후 구체적인 법안 내용이 나오면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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