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정상을 노린다.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3일 오후6시15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이란과 결승전을 치른다.
우리나라는 12년 전 부산 대회에서 강호 중국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쳤었다. 종료 1분여를 남기고 8점 차로 뒤지고 있었지만 김승현이 연이어 가로채기에 성공했고 현주엽과 문경은의 득점포가 터지면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살아난 우리 선수들은 연장전에서 중국을 102대100으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농구대표팀은 12년 전의 영광을 재현할 준비를 마쳤다. 조별리그에서 몽골·요르단을 완파했고 8강 리그에서도 카자흐스탄·필리핀·카타르를 꺾으며 의기충천해 있다. 양동근(모비스)·김선형(SK)·김태술(KCC) 등 가드진과 오세근(상무)·김주성(동부)·김종규(LG)·이종현(고려대) 등 포워드·센터진이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문태종(LG)은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혼자 38점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컨디션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독주하던 아시아 남자농구의 판세는 최근 이란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란은 최근 네 차례 열린 아시아 남자선수권대회에서 세 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에서 이란은 17위로 우리나라(27위)보다 10계단이나 높다. 12년 전 아시안게임 결승 당시 중국에 야오밍이 있었다면 현재 이란에는 신장 218㎝의 센터 하메드 하다디(쓰촨)가 버티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멤피스 그리즐리스 출신의 하다디는 지난해 필리핀에서 열린 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MVP)에 꼽힐 정도로 활약상이 눈부시다. 하다디는 당시 필리핀과 결승전에서 29득점 1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이란의 우승을 이끌었다. 하다디는 이번 대회 카자흐스탄과의 준결승에서도 13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박건연 MBC 해설위원은 "2002년 부산 대회 당시 중국에 야오밍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하다디가 있다"며 "우리 대표팀의 승리 가능성은 50대 50 정도로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 대표팀은 김종규(207㎝)·이종현(206㎝)·김주성(205㎝)·오세근(200㎝) 등 2m가 넘는 센터진을 총동원해 하다디를 봉쇄할 계획이다. 우리 선수들이 하다디보다 10㎝ 이상 작지만 테크닉을 활용하면 리바운드와 블록슛 등 수비에서 대등한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문태종과 조성민의 외곽 공격도 중요한 전략이다. 장신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이란에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3점포가 중요하다. 문태종과 조성민이 외곽 공격을 주도하며 포문을 열면 골 밑 기회도 점차 늘어나게 된다. 문태종은 필리핀과의 8강 리그에서 3점슛 6개를 꽂아 넣었고 조성민은 필리핀·일본 등 주요 경기에서 중요한 3점 슛을 터뜨리며 제 몫을 톡톡히 한 바 있어 기대감이 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