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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10월 23일] 친서민 금융상품과 소통
입력2010-10-22 17:45:35
수정
2010.10.22 17:45:35
오는 11월부터 은행권이 영업이익의 10% 규모를 서민대출로 활용한 '새희망홀씨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미소금융', 올해 7월 '햇살론'에 이어 최근 1년 동안 진행돼온 친서민 금융상품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이 나타내듯 금융소외계층 또는 서민들이 사회ㆍ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 고리채에 허덕이며 빈곤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었던 서민들에게는 복음과 같은 지원책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금융상품을 통한 지원은 저소득층에 대해 단순히 일회성 자선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내 사업활동을 창출하고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우량고객에만 지원해선 안돼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금융소외계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여 고객저변을 확대하는 이점이 있다. 궁극적으로 이들의 가처분소득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구조가 정착되는 결과를 기대하게 된다. 외국 소액대출제도의 경우처럼 저소득층과 서민의 연체율이 일반 대출에 비해 높지 않다면 이들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권의 부담이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금융소외계층과 서민을 향한 금융상품들이 진정으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논란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들 상품이 출시되기까지 과정상의 문제다.
여러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은행이 새희망홀씨대출을 등 떠밀려 억지로 내놓은 느낌이 강하다. 친서민을 기조로 내세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재차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너무 목적지향적이다 보면 상대방의 의견을 듣기에 소홀하기 쉽고 이는 결국 정책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성공적인 정책은 입안단계에서부터 이해당사자들과 심도 깊은 논의를 거치는 것이 기본이다. 현대사회에서 정책과정 자체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로 이런 문제는 결국 은행이 건전성 등을 이유로 금융상품의 판매에 소극적으로 나서거나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게 집중적으로 대출함으로써 기대하는 정책적 목표와 엇나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기존 희망홀씨대출(신용 7등급 이하 또는 연소득 2,000만원 이하)에 비해 새희망홀씨대출의 경우 신용 5등급 이하로 연소득 4,000만원 이하, 또는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연소득 3,000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정부 보증이 뒷받침된 햇살론과 달리 부실이 날 경우 손실을 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새희망홀씨대출의 성격상 상대적으로 등급과 소득이 나은 우량고객들을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질 수 있다. 만일 고신용자에게 대출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면 이 상품은 무늬만 서민대출상품이 되는 셈이다.
셋째는 자선과 금융상품이라는 성격의 혼재이다. 이 상품은 사실 은행이 정상금리보다 최대 3%가 낮은 역마진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사회공헌적(CSR) 성격이 강하다. 사회적 책임의 실천은 진정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진정성이 밑바탕 되지 않으면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되고 장기적인 동력을 가질 수 없다. 강제하는 힘이 없어지면 쉽게 무너져 버린다. 민간의 경쟁력을 키워줘야 할 정치권이 정치적 논리에 입각해 은행에 부담을 지우는 좋지 않은 전례도 남기는 것이다.
대출금 활용 등 조언도 필요
정책의 기획과 실천에 있어서도 핵심은 소통이다. 소통의 기본은 '듣기'이다. 그냥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적극적인 듣기'가 필요하다. 정부가 이번 정책을 추진하며 은행권의 고민과 부담을, 자유시장경제의 원칙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궁금하다.
나아가 저소득층에는 대출금을 빌려주거나 단순히 싼 이자로 대체해 주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출금 자체를 잘 활용해 원리금을 상환하는 이상의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주는 체계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저축을 유도해 자신의 종자돈 재산을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보완을 통해 현 정부의 '생산적 복지'라는 정책 목표가 보다 내실 있게 추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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