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형제와 공모해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은 김원홍(53)씨가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해 진술 신빙성을 따져볼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3일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김씨 측 변호인들은 “SK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피고인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최 회장 형제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김 전 대표의 진술만을 진실로 여겨 최 회장 형제와 피고인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며 “진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주요 공범으로 간주된 피고인은 물론 제대로 심리받지 못하고 실형을 선고받은 최 회장 형제 역시 억울함이 있는 상황에서 누구의 진술이 더욱 신빙성이 있느냐는 반드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이를 위해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최 회장 형제의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됐던 녹취록을 다시 한번 들어봐야 한다고 재판부에 거듭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이어 “피고인과 김준홍 전 대표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한 사람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며 “만약 피고인의 발언이 거짓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항소심 재판을 포기할 용의도 있다”고까지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쟁점이 복잡하고 이미 시간이 상당히 지나 거짓말 탐지기 조사로는 정확한 결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씨 측의 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검증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6월 13일 오후 3시 30분 열린다. 한편 김씨 측은 이 사건의 실체가 최태원 회장 형제의 개인적인 자금 마련을 위해 계획된 횡령이 아니라 피고인과 김준홍 전 대표와의 개인적 금전 거래에 불과했다는 주장을 1심부터 줄곧 유지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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