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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수자원공사는 경기도 안산시 시화멀티테크노밸리 제5공구에 교량 등을 건설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125억여원을 책정했다. 낙찰 결과 A업체가 118억여원에 계약을 했지만 이 업체는 다시 B하도급 건설사에 62억원을 주고 공사를 맡겼다. B건설사는 125억원이 드는 공사를 62억원만 받고 지어야 했다. 국토해양부 산하 공공기관이 지난 2010년 이후 민간에 맡긴 공사 중 공사비를 설계금액의 26~58%만 지급한 사례가 18건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업계에 만연한 하도급 계약 관행 때문에 하도급업체가 실제 공사비의 최저 26%만 받고 공사를 하고 있는 것. 이 같은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고치기 위해 올해 5월 하도급계약심의위원회가 부적격을 심사하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대부분의 사례에 예외를 적용하는 기존 법안의 고시 때문에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공정사회를 강조하던 정부가 하도급 건설사의 자금난을 조장하고 부실한 공사에 눈감고 있는 셈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이 26일 국토부 소속 23개 공공기관으로부터 2010년 공사계약을 맺은 하도급 건설사 실태보고서를 검토하고 현장 조사한 결과 한국수자원공사 8건 등 총 18건이 원래 공사비의 26~58%만 지급했다. 부산항만청에서 발주한 '감천항 정온도 향상 외곽시설 설치공사'는 14억5,700만원으로 설계했지만 한 건설사가 8억3,500만여원에 낙찰했고 이 원도급업체는 다시 하도급 건설사에 2억1,780만원을 주고 맡겼다. 당초 금액의 26.9%만 받은 것이다. 그 밖에 '부산국제여객터미널 건립사업'은 45억원짜리 공사를 30억원에 낙찰 받아 11억원에 하도급 업체가 건설했고 '인천 신항 1-1단계 컨테이너터미널 하부공축조공사 1공구'는 50억원짜리를 20억원에 맡겼다. 이 밖에 대전지방국토관리청ㆍ마산지방해양항만청ㆍ포항지방해양항만청 등이 발주한 공사를 맡은 하도급 업체가 공사비의 절반만 받고 일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건설산업 기본법은 하도급 업체가 받는 계약금액이 설계금액의 82% 미만인 경우 발주자에 적정성을 심사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장 감리인 한 명이 형식적인 심사를 벌인다. 그 결과 설계금액의 82% 미만을 받은 117개 업체의 92%가 적격 판정을 받았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주한 회사가 하도급계약심사위원회에서 하도급 계약의 적정성을 심사하도록 2011년 5월 법(김기현 의원 발의)이 개정됐지만 공개입찰 방식 등에 적용하지 않는 고시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공기업과 원도급 업체가 절대 권한을 갖고 '너 하기 싫으면 관두라. 할 사람은 많다'라는 식으로 건설 하도급 계약을 맺으면 약한 하도급 업체는 다 죽으라는 이야기인가"라며 국토해양부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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