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비 1.8% 상승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2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3월 수치인 2.4%는 물론 블룸버그가 사전에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2.1%)도 밑도는 수준이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하락해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이처럼 물가상승률이 가파르게 둔화한 데는 소비자물가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식품 가격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과일 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18.6%나 올랐지만 돼지고기 가격은 7.2%, 채소 가격은 7.9%씩 내렸다. 전문가들은 통화 증가량이 많지 않고 변동요인도 적어 물가 하향안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CPI 상승률은 지난해 11월(3.0% 상승) 이후 2%대를 유지해 중국 정부가 설정한 물가상승률 한계치 3.5%를 크게 밑돌고 있다.
물가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시장에 돈을 푸는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호주 ANZ은행의 류리강 중국 전문 분석가는 "물가하락 불안감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어 이제는 PBOC가 돈을 더 풀 때가 왔다고 믿는다"면서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추면 기업들의 자금사정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카시 삭팔 ING 분석가도 "중국 당국자들이 현 물가수준을 보면 부양책을 써도 인플레이션 위험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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