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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아시아 연합'은 불가능한가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욕은 ‘이런 영국놈 같은 놈’. 스페인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욕은 ‘이런 프랑스놈 같은 놈’. 오래전 유럽출장 때 들었던 현지 유머 한토막이다. 역사적으로 숱한 분쟁을 겪은 유럽의 주요국 스페인ㆍ프랑스ㆍ영국이 국가 단위로는 몰라도 민간단위로는 매우 껄끄러운 감정들을 갖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여기에 보태서 독일과 프랑스는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지냈던 접경국이다. 두 나라는 여전히 여러 영역에서 서로를 노골적으로 견제한다. 美 견제위해 유럽공동체 출범 서로에게 뼈아픈 역사적 경험들을 지닌 영국ㆍ프랑스ㆍ스페인ㆍ독일을 한꺼번에 묶어놓으면 여지없이 분쟁의 불꽃이 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이들 국가를 포함한 유럽의 27개국들이 오늘부터 ‘하나의 유럽(1일부터 리스본조약 발효)’이 됐다. 역사의 시점에서 보면 상식이 뒤집어진 모양새다. 영국과 프랑스ㆍ독일ㆍ스페인 등 유럽 정치통합체는 앞으로 통상ㆍ외교 등에서 연합국 일환으로 움직인다. 사실 정치적 통합체 구상 단계부터 각국의 이해관계나 국가적 자부심이 치열하게 부딪쳐 ‘하나의 울타리로 묶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지만 결국 묶어냈다.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는 교역의 힘 때문에 경제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웠지만 개별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정치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갈수록 거대하고 막강해지는 미국 파워를 견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데 성공한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유럽세력이 미국을 얼마나 견제하는 지는 우리나라가 진행시킨 FTA 협상 체결을 살펴 봐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자유무역권역을 구축하기 위해 한미 FTA를 체결하자 화들짝 놀란 유럽이 한ㆍEU FTA 체결을 서둘렀고 오히려 의회비준에 막혀 있는 미국보다 앞서 EU회원국 비준을 이끌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의 마지막 남은 투자처라고 평가되는 북한을 놓고도 가장 열심히 투자가능성을 타진하는 곳이 유럽 경제계다. 몇 년에 한번꼴로 북한이 해외자본을 향해 펼치곤 했던 ‘투자설명회’에는 여지없이 유럽계 기업들이 가장 열심히, 가장 많이 참가했다. 속내를 열어보진 못했지만 아무래도 ‘아시아 경제권에서 미국 자본이 손대지 못한 유일한 지역’이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여겨졌을 것이리라. 리먼 사태는 물론 두바이월드 사태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대외변수에 유독 취약하다. 경제구조의 문제도 크지만 단일 경제로서 크기에 제약이 있어 그만큼 외풍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韓·中·日도 경제통합체 구성을 공교롭게도 일본은 과거 자민당 시절의 ‘오만한 외교’와의 단절을 선언한 하토야마 정부가 들어서 변화와 개혁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특히 리먼 사태 후유증에다 엔고압박까지 겹쳐져 심각한 디플레이션 고통을 겪기 시작했다. 중국이 현시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형편이지만 홀로 미국이나 유럽연합에 맞상대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이들 두 나라 역시 우리나라와의 경제적 통합체 구성 필요성에 공감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역사적으로 화합보다 분쟁의 경험이 훨씬 많았던 한국과 일본ㆍ중국 3개국을 정치적 연합체로 묶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이야기겠지만 경제적 연합체를 향한 접점 찾기 노력은 헛된 구상만은 아닐 것이다. 내년엔 마침 주요20개국(G20) 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경제국경을 없애려는 실천적 행동의 일환으로 개별 국가단위를 뛰어넘는 ‘한ㆍ중ㆍ일 3국간 자유무역지대 구상’ 또는 ‘3국 간 무제한 통화스와프’같은 노력이 좀더 진지하게 검토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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