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델리에서 보낸 편지 인도 '대열반(大涅槃) 열차' 기행寺院·화장터·호객꾼… 모든게 다 있는 열차 여행 인도=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취재협조=인도관광청 도쿄지사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어느덧 이곳 인도에서 시간을 보낸 지 열흘이 됐습니다. 인도의 수도인 이곳 델리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만해도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매캐한 공기에 눈이 따가웠고 정신없이 길을 누비는 오토릭샤(모터바이크 택시)와 자전거릭샤(인력거) 자동차가 뒤엉켜 잘못하면 교통사고로 객사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게 이번 인도행은 초행길이 아니었습니다. 2년전 헝그리 배낭여행자로 인도에 왔었고 한 달간의 여행을 마친 후에도 “인도는 알다가도 모를 나라”라며 머리를 움켜쥐고 떠났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찾은 인도는 여전히 알다가도 모를 나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깨달음을 위해 혹은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의 근본을 찾아 인도에 발을 내디딥니다. 하지만 인도에선 경건한 성지에서조차 거짓과 상술이 난무합니다. 깨달음과 순수함, 지고지순의 그 어떤 것을 떠올리며 인도를 찾은 여행객들은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받고 떠나가게 됩니다. 이번 여행은 인도의 깊은 속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인도에서 성스러운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게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인도인의 정신과 종교의 뿌리를 알아보는 여정에 다시 한번 올랐습니다. 인도철도관광주식회사(IRCTC)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운행하기 시작한 성지순례 특급열차 ‘마하파리니르반(Maha Parinirvanㆍ대열반) 열차’에 올랐습니다. 이번 열차 여행은 힌두교의 나라 인도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운행되는 불교 성지순례 패키지였습니다. 부처가 열반에 오르고 입멸한 후 2,400여년의 시간 동안 불교는 힌두교와 이슬람교에 의해 탄압 받고 거의 사라질뻔하는 위기에 처합니다. 정작 탄생지에서 조차 대접 받지 못한 불교(인도의 불교인구는 2% 미만으로 83%의 힌두교는 물론 3%를 차지하는 기독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가 태국, 미얀마 그리고 중국, 한국으로 전파되지 않았다면 불교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불교 유적을 부수고 힌두신인 브라흐마와 비쉬누, 쉬바의 신상을 세우던 인도인들이 이제는 한국의 불자들을 맞아 붓다의 탄생지와 열반지, 설법지 등을 따라 갑니다. 여행객들을 인솔하는 현지인 가이드 중 불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지만 예의를 갖춰 성스러운 불교 역사를 가르칩니다. 굳이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마하파리니르반 열차 여행은 지루하지 않습니다. 넓은 대륙을 횡단하는 낭만적인 기차여행 얘기는 차치하더라도 간간히 들르는 힌두교 성지 바라나시, 무슬림 왕조의 유적 아그라 타지마할까지 인도의 정신과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돌아보려는 코스가 포함돼 있으니까요. 델리의 짙은 매연 속에서 콜록이며 독자들에게 인도에서 적은 지난 열흘간의 일기장을 공개합니다. 델리-보드가야-룸비니-아그라등 7박8일의 철학적 旅程 초호화 열차서 한 발 내리면 종교 유적 등 곳곳에 볼거리 지난해 10월부터 인도 정부와 인도철도관광주식회사(IRCTC)에서 운행을 시작한 마하파리니르반(대열반) 열차. 열차의 여정은 말 그대로 부처님이 걸었던 깨달음과 고행의 길을 따라가며 '열반'에 이르는 여정이다. 보통 인도 성지순례는 몇 달에 걸쳐 7~8개 도시를 다니며 버스와 열차를 오르내려야 하는 고행의 길이었지만 정부 지원 아래 운영되는 고급 열차 운행으로 성지순례 일정이 7박8일로 압축된 것은 물론 훨씬 더 럭셔리하고 간편해졌다. Day 1 설렘의 날-기차에 오르다 마하파리니르반 열차는 인도의 수도 델리의 사프달정(Safdurjung)역에서 출발한다. 오후 4시 출발에 앞서 체크인, 환영행사 등이 이어졌다. 마하파리니르반 열차가 초호화 열차라는 데 기대를 가진 사람은 이내 실망할 수도 있지만 보통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SL 등급의 열차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온수가 24시간 나오는 샤워장과 깔끔한 객실 등 쾌적한 시설에 놀라움을 금치 못 한다. 화장실은 공동 사용이지만 붐비지 않는다. 주목할 만한 것은 화장실 담당 스태프가 화장실 앞에서 지키고 서있다가 손님이 나오고 나면 매번 깨끗이 정리해둔다는 것. 화장실 건너편의 샤워실에는 수압 마사지가 가능한 샤워설비에 24시간 온수가 나오도록 보일러가 돌아간다. 인도에서 누려보기 힘든 호사다. 열차에 오르자마자 경건한 분위기의 찬불가가 흘러나온다. 홍차와 다과류가 객실로 배달되고 짜이(우유와 홍차를 섞은 인도 전통차) 한 모금을 입에 넣는 사이 열차는 경적 소리를 내며 출발했다. 저녁식사는 외국인 전용 열차답게 입에 잘 맞는 편이다. 치킨 티카 마살라(닭고기 커리), 달(콩 커리)과 함께 난(커리에 찍어 먹는 빵), 밥이 나왔다. 채식메뉴와 육식메뉴가 따로 있어 선택이 가능했고 과일, 아이스크림 등의 디저트도 있었다. 첫날은 열차 이동이 가장 긴 날. 밤새 가다 서다를 반복하긴 했지만 열차는 꾸준히 달렸다. 열차의 속도감에 놀라 수 차례 잠에서 깼다. Day 2 깨달음의 보리수-보드가야 오전 6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불경 소리와 모닝티를 가져온 승무원의 노크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눈 앞에 따뜻한 차가 배달되는 호사도 이곳이 아니면 누리기 힘들 듯 하다. 기차는 1~2시간 연착하여 8시경 가야역에 도착했다. 힌두교의 주요 성지 중 하나인 가야에서 버스로 40분을 달려 불교 4대 성지 중 하나인 보드가야에 다다랐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곳인 보드가야는 불교성지 중 볼거리가 으뜸인 곳이다. 부처가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 나무(물론 그 나무는 아니고 손자쯤 되는 나무다)와 기원전 3세기 부처의 걸음을 따라 성지순례에 나서 수 천, 수 만 개의 스투파와 석주, 불탑을 세웠던 마우리아 왕조의 아쇼카왕이 세운 마하보디사원 등이 있다. 사원 주변에선 말린 보리수 잎을 팔려는 호객꾼들이 흘러 넘친다. 잎사귀 한 장이 1달러였다가도 돌아서면 열 장에 1달러, 열 걸음을 걸으면 20장에 1달러로 가격이 마구 떨어진다. 보드가야 일대엔 국제사원구역이 조성 중이다. 일본, 티벳, 부탄, 태국 등이 각 나라의 특색을 살린 사찰을 지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절 고려사는 넓은 부지에도 건물을 올릴 자금이 부족해 특색 없는 자그마한 건물로 남아있다. 사원구역 일대에 티벳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륵불상을 건립 중이고 이에 질세라 중국은 더 큰 규모의 불상을 짓겠다고 부질없는 불상 크기 경쟁에 나섰다고 한다. Day 4 갠지스에서 타는 촛불-바라나시ㆍ사르나트 열차는 여지 없이 연착했다. 예정 시간 보다 두 시간 늦은 8시. 바라나시역에서 서둘러 버스에 올라 호텔로 움직였다. 오전 일정은 바라나시에서 10㎞ 가량 떨어진 사르나트의 녹야원. 이곳에서 석가모니는 수행 중이던 다섯 제자에게 최초의 법을 설파했고 이를 기념하여 다멕 스투파(Dhamekh Stupaㆍ아쇼카왕이 부처의 최초 설법을 기념하여 굽타왕조대에 세운 석탑)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다멕 스투파 주변을 따라 걸으며 기도를 하는 불자들의 모습이 인상 깊다. 오후는 바라나시에서의 자유일정이다. 인도 최고의 관광지이자 힌두교인들에겐 가장 성스러운 땅으로 여겨지는 바라나시. 인도인의 젖줄 갠지스가 흐르는 이곳 관광의 핵심은 강에 맞닿은 가트(강변의 계단)다. 갠지스 북단에서 배를 타고 화장터가 있는 마니까르니까 가트까지 가기로 했다. 뱃삯은 250루피(1루피=약 30원). 8명을 태우고 헉헉대는 사공이 안타까워 50루피 웃돈을 얹어줬다. 마니카르니카 가트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장작더미 위에 올려져 하얀 천으로 꽁꽁 매인 시체가 타고 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숭고한 물음을 갖기 보단 비현실적인 광경 앞에 할말을 잃었다. 이곳에서 탄 시체가 강물에 버려지면 아래쪽 가트에선 자신의 죄를 씻으려 강물을 몸에 붓고 물을 들이키는 사람이 있다. 그 아래 가트에선 빨래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옆에선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논다. 오후 6시가 조금 지나면 메인가트인 다샤스와메드 가트에서 힌두신에게 바치는 제사 '아르티 푸자'가 열린다. 제사장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빼어난데 인도의 브라흐만은 아니고 네팔 출신 제사장들이라는 설이 있다. 구름처럼 피어나는 하얀 연기 속에서 제사장들이 불을 돌리며 의식을 행하는 사이 다시금 배에 올랐다. 기차로 이동하기 위해 남단의 아시가트로 이동하기 위한 것. 멀어져 가는 푸자 광경을 바라보며 불을 붙여 강물에 띄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디아(diaㆍ꽃불)를 하나 사서 띄웠다. 갠지스를 따라 흐르던 여러 개의 디아가 한곳에 모여 큰불을 이뤘다. Day 6 고행의 날-룸비니 고타마 싯다르타의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에 이르는 길은 말 그대로 고행이다. 부처가 태어난 장소라는 마야데비사원(마야데비는 싯다르타의 어머니로 사원에는 부처 탄생 당시의 부조가 걸려있다) 그 일대 룸비니 동산을 보기 위해 왕복 14~15시간을 버스에 앉아 보내야 한다. 오전 6시 부처의 열반지 쿠시나가르를 떠난 버스가 고락푸르를 거쳐 룸비니에 이르기까지 무려 7시간이 걸렸다. 압권은 네팔-인도 국경. 네팔로 입국하려는 화물차와 관광버스가 뒤엉켜 국경도시 소나울리에서 국경에 다다르기까지 1시간, 비자 발급에 1시간이 걸렸다. 인도로 돌아가는 길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오후 7시 인도로 돌아가는 화물차가 몰린데다 병목현상이 심해 아예 자동차 시동을 끄고 대기해야 할 지경이었다. 순간 한국에서 온 불자 한 명이 한숨을 쉬며 푸념을 한다. "부처님 왜 이렇게 많은 데를 돌아다니셨어요! 한곳에만 계셔도 좋았잖아요." ▦마하파리니르반 열차는 델리→보드가야→라즈기르·날란다→바라나시ㆍ사르나트→쿠시나가르→룸비니→사라바스티→아그라→델리, 총 8일 일정. 라즈기르는 최초의 사찰인 '죽림정사', 날란다는 세계 최고(最古)의 불교대학, 쿠시나가르는 부처가 열반에 오른 후 입멸한 열반당, 사라바스티는 붓다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기원정사'가 있던 곳이다. 총 7박 중 호텔 숙박이 2박(보드가야ㆍ쿠시나가르) 포함되며 기차에서 숙박한 날도 호텔 객실을 배정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열차 비용은 1등실 기준으로 1박에 150달러. 숙식과 교통비, 관광지 입장료(사진 촬영비 별도)가 모두 포함돼 있다. 연속 3박을 예약하면 나머지 일정은 원하는 구간만 예약할 수 있다. 상품문의는 인도정부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02-2265-2235ㆍhttp://www.incredibleindia.co.kr/). ▶▶▶ 관련기사 ◀◀◀ ▶ 델리에서 보낸 편지 ▶ 인도 여행시 주의할 점 ▶ 고스톱 이제 그만 보드게임 어때요? ▶ 놀이공원은 벌써 메리 크리스마스 ▶ 데뷔 20년 맞아 8집 발표 '봄여름가을겨울' ▶ 어린이 자녀 시력관리 요령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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