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금시장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은행들의 신규대출이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채권 발행 비용이 들썩이고 있고, 금융감독 당국은 시중은행들에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긴급경보'를 울렸다. 이에 따라 이달 내 중국 정부가 통화공급 확대를 위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중국 은행들의 후순위 채권 발행 비용이 채권 과다발행과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강화로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은행들은 올들어 5월까지 1,030억위안의 채권을 발행해 지난 2007년과 2008년을 합친 발행금액을 넘어 섰으며, 오는 2012년까지 7,000억위안의 채권 발행이 예정돼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3개월간 은행들이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길이 막혀 있으며, 앞으로 후순위채의 발행 비용도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 및 자금수요 과잉은 향후 중국 은행권의 대출 확대를 통한 이익 창출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고서는 "메이저 은행들간의 후순위채 상호 공유에 따른 리스크 증대에 대한 감독당국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은행권의 적정 자본비율 및 채권 판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밍캉(劉明康) 중국 은행관리감독위원회(은감회) 주석도 전날 홈페이지에 올린 발표문에서 시중은행들에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류 주석은 "은행 간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은행권의 신규대출도 최근 들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위안화 신규대출액은 전월 대비 5,918억위안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전월 대비 68.7%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는 계속돼 5월의 신규대출 규모도 6,000위안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처럼 신규대출이 갑자기 줄어든 것은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올해 한해 동안의 대출쿼터를 상당부분 소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 4월까지 중국 은행권의 신규대출 규모는 5조1,700억위안으로 올해 목표치인 5조위안을 이미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의 공격적인 통화공급 확대정책이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통화정책이 다시 '긴축'으로 선회했다는 판단은 성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중은행의 신규대출 감소는 자금대출이 1ㆍ4분기에 집중되는 중국 은행권의 관행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후퇴 가능성을 여전히 염려하고 있는 중국 정책 당국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의 궁팡슝 중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전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인민은행이 8%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올해 2ㆍ4분기와 3ㆍ4분기 두 차례에 걸쳐 각각 0.27%포인트씩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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