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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암 인과성 입증" vs "사회적 갈등만 유발"

담배소송 앞두고 달아오르는 장외 신경전

건보공단 "법정다툼 해볼만"

제조사는 "소송 진적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건보공단과 담배회사 간 신경전이 벌써부터 뜨겁다. 건보공단이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입증할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자신하지만 담배회사는 "지금까지 국내외 담배소송에서 담배회사가 진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맞서고 있다.

27일 건보공단과 한국담배협회 등에 따르면 이번 담배 소송에서 가장 법리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질 분야는 흡연과 질병 간의 인과성 입증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최초로 전 국민 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 흡연과 질병 간 상관관계를 밝혀낸 만큼 소송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건보공단 연구에 따르면 1992~1995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130만명을 19년간 추적한 결과 비흡연자 대비 흡연자의 질병 발생위험은 평균 2.9~6.5배 높았고 흡연으로 인한 암과 심장, 뇌혈관 등 35개 질환의 추가진료비 지출이 연간 1조7,000억원(2011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2011년 2월 서울고등법원의 담배 소송 판결에서 "원고에게 발병한 폐암·후두암은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히며 인과성을 일부 인정한 만큼 법정 다툼을 해볼 만하다는 게 건보공단의 판단이다.

그러나 한국담배협회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진행된 유사 담배 소송에서 단 한 차례도 원고가 승소한 사례가 없다며 건보공단의 소송이 무리수라는 입장이다. 김병철 담배협회장은 "담배 제품의 결함이나 담배회사의 불법성이 한 번도 인정된 적이 없다"며 "2011년 고법 판결도 인과성을 추정했을 뿐 인과관계를 완전히 성립한다고 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담배회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양측의 의견도 엇갈린다. 건보공단은 흡연자는 한 갑당 354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내고 비흡연자가 건강보험료로 낸 돈 1조7,000억원이 흡연 관련 질환 치료에 쓰이지만 담배회사는 아무런 부담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담배회사는 지방교육세나 환경부담금 등 명목으로 한해 약 7조원의 세금을 내고 있다"며 반박했다.

담배 소송의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소송 과정에서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 등을 알려 금연 운동을 확산하고 담배 소송 관련 입법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담배협회는 이번 담배 소송이 간암 환자의 주류회사 대상 소송이나 비만자의 패스트푸드사 대상 소송 등 소모적인 다른 소송들을 촉발시켜 사회적 갈등만 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건보공단이 지난 24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제기안'을 의결하면서 공공기관이 벌이는 첫 담배 소송을 눈앞에 두고 있다. 건보공단은 소송 대상을 확정하고 공단 안팎 변호사로 구성된 공동소송대리인단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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