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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보험범죄는 사회의 병

안공혁 / 손해보험협회 회장

[로터리] 보험범죄는 사회의 병 안공혁 / 손해보험협회 회장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였던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갈수록 기발한 비리만 늘어나 고을마다 그러하니 더러운 소문과 고약한 냄새가 참혹해 차마 들을 수 없습니다(來來彌奇 邑邑皆然 穢聲惡臭 慘不忍聞)”라며 도탄에 빠진 민초들의 사정을 높은 관직에 있는 옛 벼슬살이 동료에게 편지로 보낸 적이 있다. 물론 극심한 가뭄에도 백성을 살려낼 걱정은 안하고 온갖 비리와 불법을 자행했던 당시의 아전과 수령들을 지탄하는 글이었지만 2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리와 각종 사건들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다산 선생의 고뇌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들어 남을 속이고 해치는 ‘악취’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중에서 최근 부쩍 늘어나고 대담해지는 것은 물론 조직화ㆍ흉폭화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보험사기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건수는 9,315건으로 관련 금액만도 600억원이 넘었고 올해는 상반기 적발건수와 사기금액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보험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험범죄의 내용이다. 술취해 길가던 행인을 살해하고 차와 함께 불을 지른 후 자신이 죽은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낸 흉악범이 있는가 하면 내연의 남자와 짜고 4번에 걸쳐 남편을 살해하려던 비정한 부인이 검거되기도 했다. 또한 조직폭력배들이 가담해 거짓으로 교통사고를 낸 후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내다 연이어 적발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남해의 한 섬마을에서 남편ㆍ부인ㆍ자녀 및 일가친척과 동네 주민이 수십개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후 허위로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타내다 마을 주민의 60%가 한꺼번에 조사를 받는 기막힌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부모와 자식이 함께 보험사기를 저지르고 그것도 모자라 마을 주민이 합심(?)해 사기에 가담하는가 하면 조직폭력배, 심지어 대학생들까지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회가 됐단 말인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보험범죄를 사기범과 보험회사간의 문제로만 바라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몸이 질병에 대한 자연 치유력을 갖고 있듯이 성숙한 사회일수록 일정 수준의 병리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기능을 갖게 되는데 보험범죄가 이러한 기능을 마비시키는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본적 윤리를 붕괴시키는 보험범죄에 대한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심도 있는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입력시간 : 2004-12-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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