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조성한 1조원 규모 녹색정책펀드의 투자실적도 지금까지 326억원에 불과하다. 정책금융공사의 녹색 직접대출, 산업은행의 기후금융대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법이나 제도 정비, 기술·인력 양성 등에 대한 장기 계획도 없이 단기 실적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이벤트에 집중했으니 정권이 바뀌자 추진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현 정부의 기술금융이 녹색금융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정부 주도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기술중기' 육성이라는 도입 취지가 바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시작된 기술금융은 외형만 봐서는 성공작처럼 보인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20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녹색금융의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과장은 아닌 듯하다. 신규 대출은 33%에 그치고 기존 대출기업 지원이 60% 이상이다. 정부의 압박 때문에 은행들이 기술력 평가보다는 안정성 위주의 대출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무늬만 기술금융' '기술금융은 갈아타기 금융'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법하다.
기술금융도 자칫 또 다른 녹색금융이 될 수 있다. 기술금융이 제대로 된 정책으로 자리 잡으려면 정부부터 실적 쌓기 유혹에서 벗어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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