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는 그동안 노동, 공공부문, 금융, 교육의 4대부문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노동시장과 공무원 연금개혁이 이익집단의 반발로 지연되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내수는 늘어나지 않고 최근에는 수출까지 감소세가 뚜렷해지면서 설사 타협이 되더라도 느슨한 형태의 구조개선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활로는 어디에 있는가. 구조개혁 이후 경제정책의 방향을 어디에 둬야 하는가. 먼저 한국경제의 활로는 환율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경기침체시기에 정책결정자는 이익집단의 반발이 작아 실현가능성이 높은 정책부터 전략적으로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로존도 초기에는 구조조정과 재정확대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해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응하려 했다. 그러나 노동시장과 공공부문의 구조개혁이 원활치 않고 재정정책 역시 재정적자 확대로 한계가 있자 양적완화라는 통화정책을 통해 환율을 높이는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환율 상승을 통해 수출을 늘려 기업의 수익을 증대시킨 후 임금을 높여 내수를 활성화하고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을 시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국부를 창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환율정책을 사용하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이익집단의 반발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이나 유로존과 달리 우리 원화가 국제통화가 아니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확대통화정책을 사용해도 환율이 일본과 같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감소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늘어나고 있어 환율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또한 저환율에 대한 포퓰리즘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것도 문제다. 환율을 올리면 대기업만 이익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고 또한 물가가 높아진다는 우려 때문에 정치권까지도 저환율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유가와 소비자 물가가 낮아지면서 환율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 또한 일본과 유로존의 경험을 보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일본과 유로존과 같이 환율정책을 사용해 수출을 늘여 경기를 부양시키면서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다음은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신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신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일자리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기업투자가 늘어나야 하는데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과 신기술개발이 부진하면서 투자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추격이 있어도 또한 임금이 높더라도 높은 수준의 기술력만 있으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게 돼 있다.
우리는 경제발전초기에는 과학입국을 강조하면서 과학기술을 개발에 주력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필요한 과학기술도 달라졌다. 기존의 연구소와 연구인력으로는 신기술이 개발되기 어려우며 비록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늘려도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앞으로 변화될 산업구조에 맞도록 과학기술 교육과 연구체계에 있어 사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중국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학기술부문의 혁신이 시급하다.
서울 홍릉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는 1968년 박정희 대통령과 미국의 린든 B. 존슨대통령이 서명한 KIST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가 빛바랜 동판에 새겨져 있다. 한국경제가 되살아나자면 그 때와 같이 과학기술의 르네상스가 다시 오게 해야 한다. 특히 신성장부문의 과학기술인력 양성에 초점을 두고 변화될 산업구조에 적합한 과학기술연구소와 교육기관의 재편을 서둘러야 한다. 이익집단의 반발이 작은 환율정책으로 수출을 늘리고 신성장부문의 과학기술을 발달시킬 때 기업투자로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한국경제는 부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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