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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8월 25일] 한국기업은 왜 강한가

시계추를 1년여 전으로 되돌려보자. 혹시나 했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갑자기 우리 사회를 덮쳤을 때 한국인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바로 10년 전 외환위기의 악몽이 떠오르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다시 닥친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였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수준으로 글로벌 경제가 망가지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도저히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정부당국자나 기업인들도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경제상황에 속수무책이었다. '희망사항'이 점차 현실로
언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일 쏟아지는 충격적인 사실에 긍정적인 기사는 ‘한국인들은 위기극복의 DNA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위기를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등 자신감을 심어주는 말뿐이었다. 서울경제신문이 기획한 ‘한국경제, 퀀텀점프의 기회다’는 시리즈 기사도 막연한 일종의 ‘희망사항’이었다. ‘대도약’을 의미하는 어려운 물리학 용어까지 끄집어낸 것도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모두의 바람 때문이었다. 이 기회를 활용해 우리 기업들이 중국 등 후발국가보다 좋은 품질,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 지배력을 넓혀갈 수 있다는 ‘역(逆)샌드위치론’ 역시 희망 중 하나였다. 그 후 1년가량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는 조금씩 위기의 터널에서 벗어나면서 ‘퀀텀점프’ ‘역샌드위치론’ 등 희망의 단어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올 들어 삼성전자ㆍ현대차ㆍLG전자 등 ㈜대한민국의 대표주자들의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1ㆍ4분기와 2ㆍ4분기 실적은 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였고 3ㆍ4분기 역시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이 같은 실적은 원화 약세, 중국 시장 확대 등 우리 기업들에 유리한 외부적 원인도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기회를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기업의 저력이다. 위기 속에서 나타난 브랜드 이미지 강화, 효과적인 마케팅, 과감한 선제적 공격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효한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제너럴모터스(GM) 등 빅3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가운데 현대ㆍ기아차는 미국과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미국시장에서 소비자가 차를 산 지 1년 내에 실직하면 차량을 되사주겠다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Assurance Program)’을 도입했다. 이른바 역발상 마케팅으로 판매 증대 효과는 없이 비용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미국에서 일본차들을 뒤로 하고 중국에서는 매달 사상최대 판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치킨게임에서 승리를 굳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가격상승이라는 호재와 함께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월 선보인 발광다이오드(LED) TV도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로 고가ㆍ고품질의 상품을 출시한 것은 또 다른 역발상 마케팅의 성공작이다. 과감한 선제적 공격이 주효
삼성경제연구소는 불황을 뚫고 성공한 기업들의 4가지 특징으로 원가경쟁력, 기본에 충실한 리스크 관리, 불황형 마케팅 전략, 실속형 제품을 통한 시장 공략 등을 꼽았다. 최근 승승장구하는 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올 초 우리 경제를 가볍게 봤던 전문가들도 이제는 환율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한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세계경제가 앞으로 언제, 어떻게, 어디로 방향을 틀지 모른다. 하지만 시장의 위기는 항상 존재한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해야 보다 더 도약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숱한 역경을 이겨낸 한국인들이 위기극복의 DNA를 지녔듯이 한국 기업도 위기극복의 DNA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주자들은 이제 이번 위기를 기회로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는 먹거리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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