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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7월 2일] 더 많은 광주·원주를 기대하며

‘광주의 광(光)산업, 원주의 의료기기산업.’ 이제는 어느 정도 귀에 익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하거나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도전하는 것이 무모하다며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산업들이다. 그러나 이제 광산업은 ‘광주’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허허벌판이던 광주 첨단산업단지에는 광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R&D) 기관이 들어서고 기업들의 투자도 증가해 광주는 세계적인 광산업 클러스터로 거듭나고 있다. 강원도 원주의 의료기기산업도 광주의 광산업 못지않은 극적인 성장을 해왔다. 지난 1998년 원주시와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의공학부 중심으로 소규모 창업보육센터를 개소한 지 불과 10년 만에 의료기기는 시멘트를 제치고 강원도 제1의 수출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군사도시 원주’가 ‘첨단의료기기산업의 메카’로 변모한 것이다. 도대체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역산업의 성장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인식하에 지식경제부가 지역산업 발전에 집중 투자한 지 만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1999년 처음으로 대구(섬유)ㆍ부산(신발)ㆍ경남(기계)ㆍ광주(광)를 대상으로 4개 지역진흥사업이 출범한 이래 2002년 나머지 비수도권 9개 시도를 지원하는 9개 지역진흥사업으로 확대됐다. 지역산업 성장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국가균형발전을 달성하는 길이었기에 참여정부 동안에도 지역산업에 대한 지원은 확대됐다. 그 결과 앞에서 예로 든 광산업ㆍ의료기기산업의 성공사례가 도출되고 그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전략산업 중에서 투자성과가 가시화돼 나타나고 있다. 물론 정부 지원만으로 가능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지역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기업ㆍ연구기관들의 피와 땀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 지원은 이들의 간절한 염원이 현실이 되도록 촉진하는 촉매제 정도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추진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대구의 섬유나 부산의 신발처럼 쇠락해가는 산업에 지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는 초기 비판부터 지방마다 정보기술(IT)ㆍ생명기술(BT)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과열 경쟁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최근의 충고까지 지역산업 진흥정책을 입안하는 관료로서 새겨들어야 할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섬유ㆍ신발에 대한 지원은 외환위기 이후 전통산업에 대한 급격한 침체를 막기 위한 것이며 그러한 지원으로 명맥을 유지한 결과 구조조정을 거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에도 수혜가 예상되는 품목 중 하나가 됐다는 식의 변명을 할 생각은 없다. 중요한 것은 지역산업이 더 성장해 지역이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작동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명제를 달성하기 위해 그간의 수많은 시행착오로 얻은 성과와 노하우를 살려나가고 지적된 문제점들을 개선해야 한다. 우선 지역산업에 대한 복잡한 지원 프로그램을 간소화해 추진 주체인 지역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재편할 계획이다. 지역산업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은 타 부처뿐만 아니라 지식경제부 내에서도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과열 경쟁을 야기했던 중앙 주도의 사업추진에서 탈피, 지자체가 자기 지역의 여건에 가장 적합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중앙은 지자체가 자기 지역뿐 아니라 국가적인 관점에서도 효과가 큰 사업을 추진하도록 컨설팅하고 지역이 추진한 전체 사업에 대한 성과를 평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중앙과 지자체 간 역할분담의 토대 위에 지역기업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의 특화된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원을 더욱 확대해나간다면 10년 뒤 광산업ㆍ의료기기산업보다 더 극적인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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