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우리은행은 여성가족부와 협약을 맺고 가족친화인증기업에 1%포인트의 금리를 우대해주고 있다. 8월에는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이 대출금리를 각각 최고 1%포인트, 1.5%포인트 깎아주기로 했다. 최근 우리은행으로부터 우대금리를 적용 받은 이랜드월드의 한 관계자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는데 (가족친화기업이라는 이유로) 우대금리를 적용 받으니 매우 기쁘다"면서 "더 많은 기업들을 동참시키려면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할 경우 실질적인 혜택을 받게 된다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정부가 가족친화기업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공공조달 부문에서 가산점(0.5점)을 주거나 대출금리를 인하해주는 등 한정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가부는 7월 말부터 운영되고 있는 가족친화인증기업 자율공시제도를 중장기적으로 모든 상장기업이 지키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적 강제력 없이 기업이 자율적으로 실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여성 임원 할당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솔선수범해 4급 이상 관리직 여성 공무원의 비율을 2012년 9.3%에서 오는 2017년 15%까지 끌어올리고 민간 영역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가족친화기업인증 공시를 의무화하거나 여성 임원 할당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구체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시대적 조류를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는 상장사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도록 하기 위해 자발적 목표제, 공시 의무제, 이사회 할당제 등의 도입을 골자로 한 '교육·고용·창업 부문 양성평등 권고문'을 채택했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에 상장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5년까지 30%, 2020년까지 40%로 여성 임원 할당제를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노르웨이ㆍ네덜란드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 등이 여성 할당제를 법제화한 상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2011년 국내 최초로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 2020년까지 10%(현재는 1.1%)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데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수준의 제도 도입을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국내 산업계의 현실에 맞는 속도조절과 적절한 보상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선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여성 임원 할당제나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AA)를 잘 실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감면 혜택 등 파급력이 큰 세제지원부터 정부 조달 가산점 상향 조정 등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