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국제유가 약세에 대한 대책을 다른 산유국들과 논의할 준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실제 감산을 단행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8월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98달러(8.8%) 급등한 49.2달러로 마감하며 지난 7월2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거래일간 WTI 가격 상승폭은 27%에 이른다. 1990년 8월 이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래 최대 상승률이다. 이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4.1달러(8.2%) 급등한 54.15달러로 장을 마쳤다.
최근 유가 상승은 글로벌 공급과잉 해소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미 원유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였던 5월 하루 960만배럴에서 6월에는 929만6,000만배럴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OPEC이 다른 생산국들과 감산 협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급등을 촉발했다.
이날 OPEC은 월례 간행물에서 "많은 원유 생산과 시장의 투기로 유가 하락 압력이 OPEC과 시장 전반에 우려로 남아 있다"며 "비OPEC 회원국과 원유 생산량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오는 4일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기간에 회담을 열어 유가안정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는 OPEC 역시 저유가로 경제난이 고조되고 이란·베네수엘라·앙골라 등 일부 회원국이 감산을 위한 비상회의 개최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OPEC의 감산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자국산 원유의 시장점유율 유지와 각국의 동시감산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마이크 위트너 원유시장연구소 수석은 "사우디가 말하지 않는다면 OPEC의 간행물은 의미가 없다"며 "사우디가 (저유가 유지를 통한 미 셰일 업계 고사라는) 기존 전략을 바꿀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7월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150만배럴로 쿼터 할당량인 3,000만배럴을 초과했다.
러시아도 루블화 약세로 달러화 대비 원유 수출 가격이 오르자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과거에도 OPEC과 비OPEC 간 감산 협상은 모두 불발됐다. 이날 OPEC도 "생산량 논의는 동등한 입장에서 이뤄져야 하며 OPEC은 회원국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급격한 산유량 조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반등하겠지만 다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날 국제유가 급등도 영국 금융시장이 '여름 은행 휴일'로 휴장해 거래량이 줄어든 탓이 컸다. GRZ에너지의 안토니 그리산티 대표는 "배럴당 50~55달러로 오를 경우 미 셰일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공급과잉으로 국제유가 30달러대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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