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과 중국의 부호들이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이면서 세계 미술품 시장이 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술품 시장이 지난 2003년부터 회복기에 들어선 뒤 최근 3년간 300% 이상 성장세를 이어왔다”면서 “경매에서 팔린 100대 고가 미술품을 기준으로 지난해 시장 규모가 지난 1990년의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지난 24일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런던에서 실시한 경매에서 인상파ㆍ모던주의 작품 판매가는 1억4,400만 파운드(약 2,983억원)에 달해 유럽 경매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날 클로드 모네의 ‘수련’은 예상가의 2배가 넘는 4,100만 파운드(849억원)에 낙찰됐다. 다음날인 25일 소더비 경매에서는 지노 세베리니의 ‘무희’가 예상가의 2배가 넘는 1,500만 파운드(310억원)에 낙찰됐다. 이 가격은 이 작가 작품의 종전 최고 낙찰가(200만 파운드)의 7배가 넘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두 곳의 경매회사에서 2억8,300만 파운드(5,862억원)의 미술품이 팔릴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19% 증가한 것으로 지난 2년간 미술품 가격 하락을 주장했던 이들의 예상과 크게 차이가 난다. 지난해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이 글로벌 자금시장을 지배하자, 경매 시장엔 한때 한파가 몰아쳤고, 소더비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하루 28% 폭락하기도 했다. 당시 딜러와 수집가들은 경매 시장이 정점에 도달한게 아닌가 하는 전망을 했었다. 로스앤젤레스의 억만장자 수집가인 엘리 브로드는 “가격이 더이상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고 한 딜러는 “러시아 갑부들이 1990년대 일본 부자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일본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한 때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반 고흐 등 인상주의 작품을 싹쓸이하면서 유명세를 탔지만 몇 년 후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자 이를 헐 값에 내다 판 경험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미술품 시장이 성장세를 회복했다. 신흥시장에서 형성된 갑부들이 미술품 구입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뉴스 매거진에 따르면 10대 미술품 수집가 중에는 우크라이나의 철강 억만장자인 빅터 핀추크, 멕시코의 통신 재벌인 카를로스 슬림, 카타르 왕족인 셰이크 사우드 알 타니가 포함돼 있다. 소더비에 따르면 5년 전 만 해도 미술품 구입에 50만 달러 이상을 쓰는 구매자는 26개국 출신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8개 국으로 증가했고 지출 규모도 커졌다. 소더비의 부사장인 헬레나 뉴먼은 “지난 10년간 구매 고객층이 몰라볼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석유와 지하 자원을 팔어 번 막대한 자금이 미술품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러시아의 철강ㆍ광산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소더비가 지난 5월 판매한 초고가 품 3개중 2개를 사들였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트립틱’(낙찰가 8,600만 달러)과 루시안 프로이드의 ‘잠자는 직업소개소 주임’(3,400만 달러)이 그의 손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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