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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 성사되기 직전인 물건이 하나 있었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매수자가 마음을 바꿨습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J공인의 한 관계자) 한국은행이 2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지난주 말. 서울 부동산 시장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가득했다. 당장 호가를 크게 낮춰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은 드물지만 매수문의는 완전히 끊겨 문의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 중개업소가 많았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재건축 아파트의 특성상 실수요자보다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많은데 금리인상에 이런 수요가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오전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내 상가에서는 문을 닫은 공인중개업소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문을 연 곳도 찾는 이가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개포동 K공인의 한 관계자는 "시세가 7억7,000만원선인 주공1단지 42㎡형의 경우 보통 2억~3억원의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선다"며 "금리 0.25%가 적어 보여도 결국 이것 때문에 발을 돌리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강남권 중층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인근 T공인의 한 관계자는 "은마 101㎡형의 현재 시세는 8억5,000만~8억8,000만원선이지만 매수세가 끊기면 2,000만~3,000만원가량 호가를 내린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활황을 보였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금리가 오르면 이들 상품에 몰렸던 여유자금이 은행권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6일 42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접수를 마감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오피스텔 분양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금리인상에 대한 실망감이 계약률 저조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박준호 아스테리움 용산 분양소장은 "이 오피스텔은 4,000만~5,000만원의 웃돈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아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면서도 "순수하게 임대수익만을 노리는 오피스텔 상품은 침체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는 8월 중 분양에 나설 예정이던 동아건설 '더프라임' 주상복합아파트ㆍ오피스텔은 10월로 공급 일정을 늦추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를 받지 않아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매시장 역시 금리상승의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응찰자 수와 낙찰 경쟁률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9일 인천 아파트 경매법정의 평균응찰자 수는 4.2명에 불과했다. 이는 인천 아파트 6월 평균 응찰자 6.26명보다 2명 이상 낮아진 수치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 역시 77.01%에서 76.3%로 낮아졌다. 이날 서울에서는 경매법정이 열리지 않았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당분간 추이를 더 지켜봐야 의미 있는 통계치를 얻을 수 있겠지만 금리 상승이 경매 참가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인상 '쇼크'가 부동산 시장에 던지는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DTI 등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금융당국이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쳐 부동산 시장의 장기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금리인상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먹힐 수 있는 규제 완화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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