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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또 출총제 핑계?
입력2007-12-23 16:31:24
수정
2007.12.23 16:31:24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다시 쟁점의 한가운데에 설 조짐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에 ‘출총제 폐지’가 포함돼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도 출총제 폐지와 대안마련 등에 관련된 내용을 검토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출 보고서에 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 최종 결과야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미 이 당선자가 폐지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만큼 공정위의 보고서도 ‘폐지’ 논리에 더 무게가 실릴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과연 출총제가 현재의 시점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전제조건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출총제는 올해 재계와 공정위, 정부부처 간의 끈질긴 논쟁 끝에 대폭 완화되는 수준으로 개정됐다. 과거 자산 6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속한 모든 계열회사가 대상이던 것을,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 중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중핵기업으로 줄였다. 출자한도도 순자산액의 25%에서 40%로 확대했다. 대상은 줄고 출자한도도 커지면서 대규모 기업집단이 보유하고 있는 출자여력은 11월 말 현재 37조4,000억원에 이른다. 출총제로 투자 제한을 받는 기업은 금호석유화학, 금호타이어 2곳뿐이다. 여기에다 정부는 지방이전 기업에 대해서는 출총제 적용의 예외를 뒀고 경제자유구역에 투자할 경우도 출총제 예외 대상으로 확정했다. 출총제가 사실상 이름만 남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이 때문이다. ‘출총제로 인해 투자를 못하겠다’는 기업의 논리가 설득력을 잃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출총제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출총제 폐지=기업 투자 증가’의 등식으로 재차 제기되고 있다.
물론 출총제는 기업규제의 상징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출총제를 없애겠다는 솔직한 주장에는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투자의 전제요건으로 출총제를 거론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마추어적이다.
그간 기업들이 출총제를 피하기 위해 등장시켰던 투자구조가 순환출자다. ‘AàBàCàA’식의 투자구조는 적은 지분으로 그룹전체를 지배하는 부작용도 양산했다.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행사한 모 그룹이 ‘비자금 구설수’에 올랐던 것에는 경영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지배구조 탓도 있다.
출총제 폐지를 주장하기에 앞서 먼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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