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청소의 주범으로 13년 동안 국제 사회의 수배를 받아온 전범 라도반 카라지치(63)가 21일(현지시간) 베오그라드에서 전격 체포됐다. AP 통신에 따르면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실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카라지치가 이날 밤 베오그라드에서 세르비아 보안요원들에 의해 체포됐으며 세르비아 전범재판소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카라지치가 현재 재판소에서 DNA검사를 포함한 신원 확인 절차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카라지치는 베오그라드에 있는 세르비아 재판소에서 조사를 받은 뒤 조만간 헤이그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로 이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그는 ICTY에서 재판을 받는 44번째 전범 용의자가 된다. 10년이 넘도록 카라지치 체포 작전을 벌여온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EU는 “이번 카라지치 체포는 세르비아의 새 정부가 발칸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세르비아의 EU 가입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라지치는 내전 말기인 지난 1995년 스레브레니차에서 보스니아 이슬람교도 8,000명을 학살하는 등 1992~1996년까지 살인과 고문, 강간, 성범죄, 구타 등 15개 항목의 반인륜적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카라지치의 체포로 161명의 보스니아 내전관련 전범 중에 아직까지 도피 중인 라트코 믈라디치(66)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고란 하지치(49)의 행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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