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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卍'이란… 부처·십자가·태양·나치

■상징

조셉 피어 때 지음, 새터 펴냄


만(卍)자 문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의미가 가장 극심히 변한 상징 중 하나다. 3,000년도 넘게 사용돼 온 이 오래된 상징은 중국·한국·인도 등 아시아는 물론 미주대륙과 유럽 등 여러 문화권에서 발견됐는데 담고 있는 의미는 불교의 부처나 윤회사상, 기독교의 십자가, 태양, 우주의 순환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동남아시아권에서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가 나치당의 상징으로 뒤집힌 만(†)자를 45도 정도 기울인 형태을 채택하며 이 문양의 의미는 크게 변했다. 완전한 악의 이미지를 띄게 된 이 문양은 현재 독일에서 어떠한 사용도 금지될 정도로 억압받고 있다.

모든 상징 그 자체는 단순한 기하학적 패턴에 지나지 않는다. 스위스의 언어철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가 '어떤 특정한 기호에 부여되는 의미는 근본적으로 자의적인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상징의 물리적인 형태가 상징이 함축하는 의미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도 아니다. 만자 문양의 사례에서 보듯 상징의 의미가 불변하는 것도 아니며, 한 사회를 관통했던 상징이 사라지기도 했다가 어느 날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기에 상징을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일례로 골뱅이 상징(@)이나 해시태그(#)는 온라인 시대의 도래와 함께 탄생하거나, 새로이 생명력을 얻은 상징들이다. 이 상징들을 빼고 현대사회를 설명할 수 있을까.



책은 기호학에 대한 난해한 탐구서라기보다는 상징체계와 표현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에 가깝다. 저자 역시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기호와 상징들의 역사적 맥락을 밝히고 이들이 인간의 의사소통을 위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짧은 글을 통해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정도까지만 나간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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