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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의 오늘의 경제소사]과학·연금술사·화폐이론...팔색조 뉴턴





아이작 뉴턴의 천재성은 초년부터 빛났다. 1642년 12월 25일, 영국 동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24세에 미적분학 체계를 세우고 28세에는 최신형 천체 망원경을 제작, 국왕 찰스 2세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듬해 29세가 된 뉴턴은 모교인 케임브리지 대학의 정교수 자리를 꿰찼다. 나이 서른에 이르러서는 왕립 아카데미 회원으로 뽑혔다.

과학자로서 뉴턴의 정점은 ‘프린키피아(Principia)’를 펴낸 1687년.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Principia)’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은 뉴턴에게 ‘과학혁명의 종결자, 아리스토텔레스 우주론의 폐기자’라는 명예를 안겨줬다. 신의 섭리로 여겼던 해와 지구, 달의 움직임도 질량과 중력의 법칙(만유인력)으로 해석이 가능한 사물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뉴턴은 명예혁명(1688) 직후엔 대학 직능대표로 의회에도 들어왔다. 삶도 과학 일변도에서 벗어났다. 크리스티안 호이겐스, 에드먼드 헬리 등을 베꼈다는 과학계의 표절 시비에 넌더리가 난 뉴턴은 의회에서 사람을 사귀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관직에 오르겠다는 꿈도 키워나갔다.

뉴턴이 기회를 잡게 된 계기는 화폐 개혁 필요성. 해외 유출이 심하고 주화 위조도 기승을 부리던 시절, 영국 정부는 1695년 저명한 학자들에 의견을 물었다. 뉴턴은 통용 은화를 모두 녹여 오톨도톨한 테두리를 두른 새로운 주화를 주조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뉴턴이 1696년 학수고대하던 관직(조폐국 감독관)을 얻은 것은 동전 테두리 아이디어와 의원 시절 친분을 쌓았던 재무장관 찰스 몬태규의 추천 덕분이다.

영국 의회도 같은 해 ‘주화의 불건전한 상태를 치료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며 화폐 개혁에 나섰다. 골자는 가장자리가 깎여나간 주화의 유통 및 사용 금지. 동전을 조금씩 깎아 금이나 은을 모으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상업활동이 정지되고 징세 실적도 뚝 떨어졌다.



영국 의회는 위기 대응용으로 ‘주화의 불건전한 상태를 더 잘 치료하는 법’을 만들어 옛 돈과 새 돈의 교환시한을 연장하고 낡은 주화의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영국의 은화는 18세기 들어서는 테두리가 오톨도톨한 은화로 모두 바뀌었다. 돈의 품질에 대한 믿음은 상품 매매와 유통을 촉진하고 신용경제의 싹을 틔웠다.

경제에 대한 뉴턴의 영향은 화폐 개혁에 머물지 않는다. 연봉 600파운드(약 70년 뒤 애덤 스미스가 고위귀족 자제의 개인교사로 맡았던 초고액 대가가 연봉 300파운드였다)를 받으며 조폐국 감사관 겸 순회 판사의 지위까지 갖게 된 뉴턴은 하루 16시간씩 일하며 경제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1699년에는 장관과 차관의 중간급인 조폐국장의 지위까지 올랐다.

경제사가 피터 번스타인의 역저 ‘황금의 지배’에 따르면 뉴턴이 1717년 발표한 ‘금과 은의 가치와 교환비율에 대한 보고서’는 화폐경제사의 초기 명작으로 손꼽힌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적용해 경제 흐름을 예측한 최초의 공무원으로도 평가되는 뉴턴이 사망(1727)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금에 대한 열망.

과학 연구를 포기했던 뉴턴은 만년으로 갈수록 연금술 발견에 시간을 쏟았다. 정말로 돈이 필요해서 연금술에 매진했는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형성기의 3대 거품이자 ‘버블(bubble)’이란 용어를 낳았던 영국 남해회사 버블(1721) 당시 투기로 날린 2만 파운드를 어떻게든 되찾고 싶어 했으니까. 20세기가 낳은 스타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최초의 근대 과학자라기 보다 마지막 마술사’라고 평했던 뉴턴은 투자 실패 뒤에 이런 말을 남겼다. “천체의 복잡한 움직임은 가늠할 수 있으나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알 길이 없다”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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