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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정폭력 둘러대며 서민 증세 나설 셈인가

정부가 고도주(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의 세율인상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소주나 양주ㆍ고량주 등의 세율을 현행 72%에서 10%포인트가량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단다. 명분은 과음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고 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음주폐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동의할 수 있다. 음주로 인한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이 연간 7조~18조원에 이른다는 연구기관의 추정으로 미뤄볼 때도 주세인상은 당위성을 갖는다.

그러나 정부의 주세인상 계획이 과연 국민 건강과 음주의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인가에는 의문의 여지가 크다. 정부와 학계 일각에서는 세율이 오르더라도 인상분만큼 수요가 감소해 세수증대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현실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얘기다. 지난 2000년 소주 세율이 35%에서 72%로 두 배 이상 올랐어도 소비는 전혀 감소하지 않고 세 부담만 늘어났다. 2005년 참여정부 시절에도 정부가 세수증대를 위해 소주의 세율을 90%로 인상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한 적이 있다.

물론 재정압박에 처한 정부의 고충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증세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소득역진적 세율구조를 지닌 주세를 올리려는 방침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서민들이 즐겨 찾는 소주가 주세인상 대상인 고도주에 포함된다면 중산층 이하의 간접세 부담 증가로 조세형평성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수요가 많지 않은 양주나 고량주를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즐긴다는 점에서 주세인상분의 대부분은 서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행한다면 사실상의 서민증세에 다름 아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부는 과음에 따른 가정폭력과 주폭(酒暴)을 내세울 게 아니라 재정여건을 솔직히 설명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주세인상을 추진하다 실패했던 과거 사례를 보라. 국민을 위한다며 주머니를 짜내려는 꼼수는 조세저항만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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