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경기 지표가 엇갈린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제조업경기를 가늠하는 6월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는 52.1로 2개월 연속 하락한 반면 6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43.9% 증가한 1,374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쪽에서는 경기 둔화, 다른 한쪽에서는 성장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전문가조차 헛갈리게 만들 정도다. 중국 정부가 지난 4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부동산 시장 규제에 나서자 기업의 투자심리는 가파르게 냉각되는 분위기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지난 5월 정부 연간 억제 목표치(3%)를 넘어선데 이어 6월에는 3.4%로 뛰어오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ㆍ4분기 초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가 언제부터 강력한 출구전략 조치를 내놓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지금은 경기하강 조짐과 인플레 상승 우려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사실상 전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중국조차 투자 심리 약화, 경기부양책 축소 등의 여파로 나날이 높아지는 경기불확실성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해관총국은 지난 10일 "6월중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힘입어 무역흑자도 전년동기대비 140% 증가한 200억2,000만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수출입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낙관할 상황이 못 된다. 지난 6월 수출이 급증한 것은 오는 15일부터 중국 당국이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앞두고 밀어내기 수출이 늘어난 데다 경기부양 효과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국내 수요가 감소하자 수입도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중국 경제성장을 견인해왔던 부동산 경기가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급랭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다.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은행 대출 금지 등 정부의 부동산 투자 억제 조치로 부동산 시장은 크게 얼어 붙고 있다. 지난 6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의 부동산 거래량은 각각 75%, 67%, 67%나 감소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달 9일 "지난 2ㆍ4분기 기업가신뢰지수가 전분기보다 2.5포인트 떨어진 133으로 2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중국 창장 증권사의 리마오위 분석가는 "중국 정부 경기부양책 효과 감소, 유로권 재정위기 등으로 중국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 경제지표가 혼조 양상을 보이자 오는 15일 발표될 2ㆍ4분기 성장률과 6월물가상승률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성장률이 지난 1ㆍ4분기 11.9%에서 2분기에는 10%대 중반으로 떨어지고 4ㆍ4분기에는 8%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물가 상승률도 3%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ㆍ4분기 주요 경제 지표 결과에 따라 중국 정부가 긴축 쪽에 무게를 실을지, 아니면 지속적 성장을 위한 속도조절에 나설 것인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