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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의 특명 "경제 시계제로… 선제대응ㆍ내실 강화하라"

■현대·기아차 글로벌 전략 새 판 짠다<br>중·브라질 등 생산기지 국가 금융·실물경제 등 예의주시<br>수요 줄어들땐 마케팅 총력<br>미국 성장세 활용해 위기 커버… 유럽은 점유율 높이기 고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계전략을 재구성하기로 결심한 것은 미국과 중국ㆍ유럽 시장의 동반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정 회장은 최근 미국이 양적 완화 종료 프로그램 가동 스케줄을 제시한 후 세계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식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대ㆍ기아차에 우려되는 것은 중국ㆍ브라질ㆍ인도ㆍ러시아 등 최근 수년 간 현지 생산체제를 강화한 지역에서 경제위기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현대차가 연산 9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올해 말 15만대 규모 증설이 완료되고 기아차는 내년 상반기 30만대 규모 3공장이 준공되면 총 73만대 체제가 갖춰진다. 여기에 현대차는 중국 서부내륙에서 한 도시를 골라 30만~40만대 규모 4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브라질은 지난해 가을 현대차가 15만대 생산 체제를 완성했고 인도와 러시아에서는 현대차가 각각 60만대(2008년 완공), 20만대(2010년 완공)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미국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이 가시화한 후 이들 지역의 금융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 증시가 각각 14일부터 21일까지 1주일간 4.6%, 3.7%, 2.1%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4일 하루에만 5% 넘게 폭락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신흥국 금융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이 지속돼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은행은 6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신흥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5.1%로 종전보다 0.4%포인트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흥국에 생산체제를 구축한 것은 위험 분산, 현지 특화 차량 생산 등을 위해 잘한 선택임은 틀림없다"면서 "실물경기 위축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드는 신호가 분명해질 경우 마케팅 수단 등을 통해 선제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ㆍ기아차는 미국 시장에 대해서만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출구전략 시행 스케줄을 제시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무엇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에는 실물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5월 미국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나 늘었다. 현대ㆍ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8.1%로 0.8%포인트 감소했지만 이는 물량 부족과 제값 받기 캠페인에 따른 것이어서 내실은 오히려 강화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성장세를 충분히 활용해 신흥국 경기 침체를 커버한다는 전략"면서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미국 성장 전망을 3%에서 2.7%로 하향조정한 점 등 부정적인 시각도 충분히 참고해 전략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적완화 종료의 기준인 실업률 6.5%, 물가상승률 2.5%에 도달하는 속도를 예의주시해 탄력적으로 전략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에서는 시장 규모가 축소하는 가운데서도 점유율을 높이는 작전을 지속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5월까지 유럽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6.8% 줄었지만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보다 0.4%포인트 확대한 6.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들이 역성장하는 가운데 점유율을 높여 경기 회복기에 획기적으로 도약한다는 플랜에 아직까지 이상징후는 없다는 게 현대ㆍ기아차의 판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품질 강화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양적 확대보다는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경영 방침"라면서 "새로운 세계 전략도 이 같은 기조 아래 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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