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몸을 싣는 지하철, 아침 저녁으로 지나치는 공사장 풍경이 한 순간 생경해 보일 때가 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심지어 내가 누구인지 되묻게 만드는 순간을 작가 김홍식은 판화로 되짚어 낸다. 가회동 마노갤러리에서 12월5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 이 같은 그의 시선들이 전시중이다. 작가는 스테인레스스틸 판 위에 도시의 일상 풍경을 찍은 사진을 인화한 뒤 포토 에칭 방식으로 부식시키는 자신만의 방법을 사용한다. 복합적인 과정으로 퇴색된 흑백 사진같은 아련한 분위기의 화폭이 탄생하면 김씨는 이 위에 붓질을 더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김씨는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지만 결핍과 단절, 소통의 불편함으로 마치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에 대한 관찰일지”라고 말한다. 장르는 판화로 분류되지만 작품은 미니멀리즘 조각에 가까운 물질성을 드러내고 있어 독특하다. (02)741-6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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