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상에 따르면 뉴타운 해제 구역은 주민의 의사를 물어 '주거정비관리사업'으로 전환된다. 송파구 내 거여ㆍ마천뉴타운만 해도 6개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사업시행인가 단계까지 이른 곳도 있지만 일부 구역은 아직 정비계획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송파구가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혹시라도 뉴타운 해제 구역이 나올 경우 전체 기반시설 설치 비용을 떠맡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뉴타운 내 도로 등 기반시설 계획은 개별 구역이 아닌 뉴타운 전체 단위로 수립된다. 그동안 기반시설 비용은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대부분 부담해 왔지만 만약 일부 구역이 해제될 경우 해당 구역이 부담하기로 했던 기반시설 비용을 구청 측이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거여ㆍ마천 뉴타운의 경우 '성내천'복원이 가장 큰 기반시설 구축 사업 중 하나다. 구청 측은 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열의가 높기 때문에 일단은 안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만약 일부 구역이 뉴타운에서 해제된다면 자칫 예상하지 못한 재정지출을 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다. 성내천은 여러 구역에 걸쳐 있어 일부 구간만 복원할 수도 없다.
서울시는 뉴타운ㆍ정비사업 신(新)정책구상에서 주거정비관리사업의 기반시설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일선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규정은 마련되지도 않았다. 서울시는 "기반시설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정작 "세부적인 사항은 국토해양부가 마련할 시행령을 따를 것"이라고 정부에 공을 넘기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시행령은 세부적 논의를 거쳐 6개월 이후에나 공포될 것"이라며 "현재로써는 (기반시설 재정 분담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에 이견을 달고 싶지는 않다. 철거식 개발 일변도의 뉴타운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 대안은 있어야 한다. 서울시가 서민을 위한다는 대의에 매몰돼 너무 앞서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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