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골프장 회원권 시장 상황이 수치로도 확인됐다. 24일 골프장 회원권 거래소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올 1월 1억1,172만원으로 시작한 회원권 평균가는 이달 1억174만원으로 998만원이나 떨어졌다. 회원권 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든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부실 골프장의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르면서 올해 골프장 업계는 '터질 것이 터진'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입회금 반환, 안전장치가 없다=올 한해 회원권 시장을 공황에 빠뜨린 사건은 단연 골프클럽Q안성의 '17% 변제' 판결일 것이다. 수원지방법원은 9월 골프클럽Q안성의 모기업인 태양시티건설의 회생계획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기존 회원들에게 입회금의 17%만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골프장 주인이 바뀔 때 회원 자격 승계의무를 명시한 '체육시설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전면 배치되는 판결이라 골프장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회원들의 권리 보장은 옛말이 돼버린 것이다. 회원권 시장 전체의 거래가 뚝 끊긴 것도 이 판결부터다.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올해 회원권 하락률이 가장 높았던 골프장은 파인크리크(60.4%), 파인밸리(51.8%), 버드우드·상떼힐(50%), 제주(43.3%) 순이었다. 파인크리크와 파인밸리는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레저가 운영하던 골프장이고 버드우드와 제주 역시 운영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회원권 시세가 폭락했다. 상떼힐은 신탁공매가 진행 중이다.
◇새해 시장 화두, 튼튼한 골프장 찾기=입회금 반환에 대한 공포가 시장을 휘감으면서 수요자들의 입맛도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 접근성과 예약률이 회원권 구입시 첫 번째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모기업의 건전성부터 따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올해 회원권 시세가 오른 골프장들을 보면 삼성에버랜드가 모기업인 가평베네스트(7.4%), 코오롱그룹의 우정힐스(8.5%), 하이트진로의 블루헤런(6.9%) 등이 눈에 띈다.
내년도 골프장 회원권 시장 역시 당분간 활로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드러난 부실 골프장의 실체가 아직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의 홍역을 계기로 입지 좋고 자금력이 튼튼한 골프장들이 차별성을 확보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도는 낙관적인 전망도 해볼 만하다.
송용권 에이스회원권 전략기획실장은 "단기 반등은 어렵겠지만 이용 가치가 높은 골프장들의 경우 눈여겨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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